며칠 전 주택가 모퉁이에서 우연찮게 쓰레기 다툼(?)을 목격했다.생활쓰레기 처리에 따른 논쟁.중년여성은 대학생쯤으로 보이는 젊은 여성에게 “음식물과 비닐,종이박스를 분리하지 않고 버리면 누가 수거하느냐”고 다그쳤다.그런데 젊은 여성의 답변이 가관이다.“늘 이렇게 버렸는데 문제 없었다.당신이 뭔데 간섭하느냐”고.중년 여성이 분리수거에 대해 설명을 이어갔지만 젊은 여성은 오히려 “가져가면 되지,뭔 잔소가 많아”라며 핀잔을 준다.상황 끝?아니다.아줌마는 용감했다.“용서못해.버르장머리를 고쳐놔야지”.

중년여성이 ‘쓰레기투기범(?)’을 붙잡았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그러나 그녀의 서슬 퍼런 행동으로 보아 끝장(?)을 봤을 것이다.그리고 끊임없이 투기범을 감시했을 것으로 짐작된다.아주 사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녀의 행동은 우리의 실생활에 반드시 필요하다.생활 속 폐습을 막는 방어막이기 때문.1년 동안 권력형 적폐 청산에 몰입했던 문재인 정부가 ‘생활적폐 청산’을 꺼내들었다.‘정의의 동네 아줌마’ 역할!다만,그 범위가 모호하다.서민들의 삶 전반에 걸쳐 있다.성공할 수 있을까?

청와대는 생활적폐를 민생과 직결되는 채용 비리와 학사 비리,토착 비리,공적자금 부정 수급,재개발·재건축 비리,불공정·갑질 행위 등으로 설명한다.국회에 출석한 이낙연총리는 “크고 작은 직장과 접객업소 등에서 벌어지는 갑을관계 폐해가 대표적인 생활적폐”라고 부연했다.그런데도 생활적폐가 어떤 것들을 말하는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과거 정권이 언급한 민생범죄,5대 범죄,경제사범 등을 통칭하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이른바 사정(司正) 대상!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다’고 말하면 그건 문제다.고통을 자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쓰레기를 아무렇게나 버린 젊은 여성은 자기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자각하지 못한다.그걸 지적하는 중년여성은 ‘귀찮은 존재’일 뿐이다.생활적폐 청산은 이런 현상을 끊어내는데 집중해야 한다.대상과 목표가 분명하고,주체가 확실해야 한다.너도 나도 적폐청산의 주체가 되면 청산 대상은 사라진다.왜냐고?우리가 과거에 경험한 그대로다.거대한 부조리에서 사소한 부조리까지 그 대상과 목표를 분명히 하길.엄포만 놓지 말고.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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