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에 위로, 아이는 성장… 소소한 이야기의 힘
쓰기교육에 대한 고민 방송 계기
매달 서울서 녹음 1년반째 진행
학교 에피소드·교사일과 등 소개
이야기 구성 방법 '변화 기점'
탁, 누구나 참여 가능한 방송
박, 송라이팅 등 교육 다변화

▲ 팟캐스트 ‘학교종이 땡땡땡’을 진행하는 탁동철(사진왼쪽)·박성진 교사.
▲ 팟캐스트 ‘학교종이 땡땡땡’을 진행하는 탁동철(사진왼쪽)·박성진 교사.
2016년 11월 첫 방송을 시작한 ‘학교종이 땡땡땡’이 어느새 1년 반을 맞았다.1교시로 시작한 방송은 40교시를 앞두고 있다.거쳐간 초대손님도 20여 명에 달한다.부산지역 교사,97세 어르신,그리고 강원도교육감까지.숨어있는 이야기를 따뜻하게 풀어낸다.글쓰기 모임의 저변을 넓히려 시도한 팟캐스트는 어느새 강원교육의 자랑으로 자리잡았다.팟캐스트 ‘학교종이 땡땡땡’ 진행자 탁동철(양양 상평초)·박성진(고성 아야진초) 교사를 만났다.

“처음엔 글쓰기를,글쓰기 교육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시작했어요.‘글쓰기’ 하면 다들 어렵게 생각하잖아요.힘들고 어려운게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만든 방송인데 그런데 어느 덧 1년 반을 맞이했네요.”

팟캐스트 ‘학교종이 땡땡땡’의 시작은 글쓰기 모임이었다.평소에도 지역내 글쓰기 모임에서 교류해 온 탁동철(양양 상평초),박성진(고성 아야진초) 교사는 책을 읽고 글을 쓰기보다는 보고,듣는 문화에 익숙한 요즘에 맞춰 ‘글쓰기’라는 소재를 다른 매체와 접목해보기로 했다.그렇게 탄생한 팟캐스트 ‘학교종이 땡땡땡’은 “아이들 이야기,교사들 이야기,시가 있고 책이 있고 글쓰는 이야기가 있는”이라는 설명이 늘 방송 앞에 붙는다.교실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교사들의 하루,교육관련 책들과 아이들이 사용하는 독특한 표현 등이 이 방송 단골 소재다.

녹음은 대부분 서울에서 진행한다.팟캐스트 전용 녹음실인 토마토 녹음실에서 한 달에 한 번 2회차 분량을 녹음한다.사연이나 수업 사례들은 주변의 일들을 모으기도 하고 메일로 받거나 팟캐스트 차원에서 접수하고 있다.한 달에 한 번씩 서울까지 원정을 가야하는 일정이지만 탁동철,박성진 교사는 힘든 줄 모르겠단다.박성진 교사는 “해보고 싶었던 일들이고 다루는 내용도 주변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이기 때문에 어려운 점은 딱히 없다”며 “서울에서 진행하다 보니 각자 일정을 조율하는 게 일이라면 일”이라고 말했다.

팟캐스트 진행자로 나선지 1년 반.이들 교사들의 일상도 팟캐스트 진행 전과 후 달라졌다.탁동철 교사는 교육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주변에 대한 관심 폭이 넓어진 것을 변화로 꼽았다.그는 “새로운 책이 나오면 혹시나 방송할 때 소개할 부분이 있지 않을까 주의깊게 살펴본다”며 “모임에 나가서도 주변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고 재미난 사연이 있을 땐 주저없이 연락처를 확보해 게스트로 섭외하고 있다”고 말했다.박성진 교사는 수업이 활발해졌다고 했다.그는 “여러 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수업에 적용하고 있다”며 “아직까지는 성공보다는 실패가 더 많다”고 웃어보였다.

그동안 거쳐간 초대손님만 20여 명.모두 ‘학교종이 땡땡땡’을 채워준 사람들이지만 두 사람은 첫 방송 때 등장한 이상석 교사를 잊지 못하고 있다.부산에서 아이들을 가르쳐 온 이상석 교사는 방송에서 정년퇴직하는 소감,자신을 길러낸 사람들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탁동철 교사는 “이상석 교사가 외할머니 이야기를 하는 부분에서 엉엉울어 ‘녹화를 중단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뭉클한 사연에 주변 사람들도 함께 눈물을 흘렸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박성진 교사 역시 “정년퇴직을 앞두고 이제 40대,50대가 된 제자와 마지막 수업을 했다는 부분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고 했다.

1년 반을 달려온 ‘학교종이 땡땡땡’은 변화의 기로 앞에 섰다.탁동철,박성진 교사는 요즘 더 많은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중이다.탁동철 교사는 누구나 만들 수 있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방송을,박성진 교사는 아이들이 쓴 글에 곡을 붙였던 경험을 살려 글쓰기 교육을 활성화 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박성진 교사는 “강원도 교사들 사연에 집중해 다른 지역의 일상을 많이 다루지 못했다는 반성을 한다”며 “근 2년을 진행해오면서 피로가 누적된 부분들도 있고 글쓰기 교육을 좀 더 다양하게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들은 ‘학교종이 땡땡땡’이 어떤 방송이 되길 원할까.두 사람 모두 “위로가 되는 방송이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탁동철 교사는 “교실에서 아이들과 생활하다 보면 교사는 혼자라고 생각할 때가 많다”며 “내 얘기를 언제든지 들어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고 교실만이 세상을 바꿔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믿음을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박성진 교사는 “가르친다는 개념이 바뀐 시대인 것 같다”며 “가르친다는 관념을 버리고 아이들과 생활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데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들과 만날 수 있고 아이들의 성장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을 팟캐스트를 통해 서로 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세현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