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건봉사 연화대 이운
거화 의식 후 31일 ‘습골’
오랜 도반을 한줌 재로 흩뿌리고
누군가 훌쩍거리는 그 울음도 날려보냈다
거기,길가에 버려진 듯 누운 부도
돌에도 숨결이 있어 검버섯이 돋아났나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그대로 내려왔다
언젠가 내 가고 나면 무엇이 남을건가
어느 숲 눈먼 뻐꾸기 슬픔이라도 자아낼까
곰곰이 뒤돌아보니 내가 뿌린 재 한줌뿐이네.
-오현스님 시 ‘재 한 줌’ -
이때부터 큰스님의 법구는 약 24시간 동안 불길 속에 있게 된다. 하루 뒤인 31일 타고 남은 뼈를 수습하는 습골이 진행된다. 습골 후에는 신흥사 극락보전으로 안치돼 입적 49일이 될 때까지 낙산사, 화암사, 영혈사 등 말사들이 돌아가며 일주일씩 제사를 지내며 극락왕생을 발원한다. 49재를 치르는 동안 신흥사는 경내에 부도탑을 조성한 뒤 큰스님의 습골을 모셔 영원한 수행안식처를 마련한다.
한편 무산 큰스님은 생전에 도반(함께 불도를 닦는 벗)의 다비식을 다녀오며 ‘재 한 줌’이란 시를 지어 마치 오늘을 예견한 것 같은 해탈의 경지가 읽혀져 새삼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김창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