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건봉사 연화대 이운
거화 의식 후 31일 ‘습골’

어제 그저께 영축산 다비장에서
오랜 도반을 한줌 재로 흩뿌리고
누군가 훌쩍거리는 그 울음도 날려보냈다


거기,길가에 버려진 듯 누운 부도
돌에도 숨결이 있어 검버섯이 돋아났나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그대로 내려왔다


언젠가 내 가고 나면 무엇이 남을건가
어느 숲 눈먼 뻐꾸기 슬픔이라도 자아낼까
곰곰이 뒤돌아보니 내가 뿌린 재 한줌뿐이네.

-오현스님 시 ‘재 한 줌’ -


▲ 29일 오후 고성 건봉사에서 다비장을 봉행할 소나무 장작더미가 설치되고 있다.
▲ 29일 오후 고성 건봉사에서 다비장을 봉행할 소나무 장작더미가 설치되고 있다.

신흥사 조실 무산 오현 큰스님의 다비식이 30일 오후 고성 건봉사에서 봉행될 예정인 가운데 다비식(죽은 이의 시신을 불에 태워 그 유골을 거두는 불교의 장례의식)이 어떻게 치러지는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무산 큰스님의 다비식은 전통방식대로 치러질 전망이다. 속초 신흥사에서 영결식과 소공원 산문 입구에서 노제를 마친 큰스님의 법구는 운구행렬과 함께 오후 2시를 전후해 고성 건봉사에 도착한 뒤 다비장인 연화대로 이운된다. 이어 소나무로 마련된 장작더미 속의 입구로 관이 들어가고 간단한 독경과 조사 등 다비의식이 진행된 뒤 장작에 불을 붙이는 ‘거화’의식에 들어간다. 거화 의식은 50명의 스님과 내빈들이 거화봉을 들고 장작더미를 둘러서서 장작에 불을 붙이면서 시작된다.

이때부터 큰스님의 법구는 약 24시간 동안 불길 속에 있게 된다. 하루 뒤인 31일 타고 남은 뼈를 수습하는 습골이 진행된다. 습골 후에는 신흥사 극락보전으로 안치돼 입적 49일이 될 때까지 낙산사, 화암사, 영혈사 등 말사들이 돌아가며 일주일씩 제사를 지내며 극락왕생을 발원한다. 49재를 치르는 동안 신흥사는 경내에 부도탑을 조성한 뒤 큰스님의 습골을 모셔 영원한 수행안식처를 마련한다.

한편 무산 큰스님은 생전에 도반(함께 불도를 닦는 벗)의 다비식을 다녀오며 ‘재 한 줌’이란 시를 지어 마치 오늘을 예견한 것 같은 해탈의 경지가 읽혀져 새삼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김창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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