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과 자치현장 유리된 정치, 결국 부메랑 돼 돌아올 것

며칠 전 서울 용산구에서 일어난 4층짜리 상가건물 붕괴사고는 잠시 잊고 있었던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시켜주고 있다.지난 3일 낮 12시35분쯤 상가건물이 폭격을 맞은 듯 폭삭 주저앉는 아찔한 사고가 일어났다.불행 중 다행으로 건물 4층에 살던 60대 주민이 경상을 입고 병원에 이송돼 치료를 받은 것 외에는 별다른 인명사고는 없었다고 한다.졸지에 벌어진 붕괴사고의 규모와 정도를 감안할 때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 했다.

다행히 1,2층 식당은 영업을 하지 않았고 3,4층 주민도 대부분 외출 중이어서 큰 화를 면했다.불특정다수가 이용하는 식당이 2개 층에 걸쳐 입주해 있었다는 점에서 천만 다행이 아닐 수 없다.이런 사고는 어느 순간 갑자기 벌어진 일 같지만 예외 없이 그 분명한 전조(前兆)가 있다.이번 경우도 1개월여 전부터 외벽에 균열이 생기는 등 이상 징후가 나타나 해당 구청에 민원까지 제기한 것으로 전해진다.사고 건물이 지어진 지 60년이 넘었고 이처럼 뚜렷한 징후가 나타났다면 어떤 형태로든 비상조치가 강구 됐어야 옳았다.

그런데도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이번 사고는 안전 문제에는 설마가 없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이 건물은 10여 년 전 재개발 승인을 받았으나 최근 중국관광객이 크게 늘어나면서 개발이 미뤄졌다고 한다.안전사고가 이런 주변 사정을 봐가며 일어나는 것인가.어처구니없는 사고를 막는 길은 행정과 안전관리당국이 좀 더 법과 원칙에 철저해야 한다는 것이다.이 사고는 그저 어쩌다 일어난 특별한 사고가 아니라고 본다.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수많은 부실과 안전사각지대의 일단을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우려를 갖게 한다.사고가 날 때마다 뒷수습하기에 급급한 것이 지금까지의 행정이요,법집행이 아니던가.올 들어 나라 안팎에서 평창올림픽과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과 같은 거대 이벤트가 줄을 이었다.오는 13일 지방선거를 두고 정치권이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연 이은 거대 담론에 사회분위기가 들뜨고 공직기강이 이완되기 쉽다.물론 이런 큰 정치와 거대 담론이 필요하지만,민생을 챙기고 국민의 구체적인 삶의 현장을 주목할 때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지방자치가 구체적인 주민의 삶과 결부되지 못할 때 사상누각이 되고 만다.시선은 멀리 한반도의 통일과 평화를 지향하되 당면한 일상의 문제를 하나하나 챙겨나가는 데 소홀해서는 안 된다.용산상가 건물 붕괴가 던지는 경고와 시사점을 냉철하게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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