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4개항 합의, 중재자 의식 탈피 주도적 의지가 중요

6·12 북미 정상회담은 한반도의 안보 지형을 또 한 번 바꿔놓았다.70년 적대 관계였던 두 나라 정상이 머리를 맞대고 대전환의 거보(巨步)를 내디딘 것이다.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군사옵션 불사를 호언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다.북미 두 정상은 이날 4개항의 합의를 내놨다.그 첫째는 미국과 북한이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겠다는 것이다.오랜 적대 관계를 청산하고 이전과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두 나라를 인식하고 관계발전을 이뤄나가겠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것은 선언적 의미이기도 하지만 향후 전개될 모든 양국 관계발전과 한반도,나아가 동북아 정세의 배경이 된다는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두 번째는 한반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고,세 번째는 4·27판문점 선언의 재확인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이다.그동안 모든 문제의 출발점이자 대화의 전제가 돼 온 비핵화에 대한 원칙이 확인한 것이다.

이 대목은 두 정상이 비핵화 원칙에 합의했다는 의미를 갖는 것과 동시에 또 다른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이런 점에서 ‘미완의 합의’라고 하겠다.물론 실무회담을 통해 구체적 로드맵을 찾을 것이라고는 하지만 그동안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전제조건을 내세워온 미국이 엄청난 후퇴를 했다는 비판에 직면한 것이다.빠른 시일 안에 양국 정상의 합의가 어떤 구체적 진전을 보이느냐에 따라 불씨가 될 여지가 있다.

네 번째는 전쟁포로와 실종자 유해 수습과 송환에 합의한 것은 성과라고 하겠다.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군사훈련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을 두고 안보 불확실이 커진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북한의 확실한 비핵화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한미 군사훈련이 중단되고,이것이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우리정부는 이번 북미 정상회담이 지구상 마지막 냉전을 해체할 세계사적 사건이 될 것이라며 환영하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은 분명이 한반도 정세의 물길을 바꾼 대사건이 분명하지만 동시에 적지 않은 과정의 불확실성을 수반한다.한반도 운명의 직접당사자가 누구냐는 자문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한다.북미 대화를 실현시켜야하는 중재자의 역할이 필요하지만 그게 우리의 기본입지가 돼서는 곤란하다.한반도 운명의 당사자는 대한민국이어야 한다.대전환기의 미확인지대를 우리 스스로 짚어나가야 한다.우리는 한반도 운명의 중재자가 아니라 주인임을 잊지 말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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