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경환 강원경찰청장
▲ 원경환 강원경찰청장
다른 이들을 위한 봉사를 업(業)으로 갖고 있다 보니 나와 내 가족의 삶과 여가는 항상 뒷전이 되곤 했다.끼니를 걱정해야 했던 우리 세대의 유년 시절에는 여가생활을 한다는 것 조차 꿈 꿀 수 없었다.당시에는 평일에 열심히 일하고 주말에 하루 정도 집에서 푹 쉬는 것이 여가의 전부였고,이마저도 쉼 없는 노동을 하고 있는 다른 누군가에게 이유 없이 미안한 시절이라 그 오랜 습관은 어른이 되어서도 쉽게 변하지 않았다.나 역시 강원도 치안책임자가 되기까지 가족의 평범한 일상은 희생당했고,함께 한 세월 동안 아내와 자식들에게 남편과 아버지의 부재라는 공백을 남긴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을 갖고 살아왔다.

UN 지속가능개발연대에서 발표한 ‘2017년 세계 행복도 보고서’에 따르면 155개 국가 중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56위였고,OECD에서 발표한 ‘2016년 더 나은 삶의 질 지수’는 38개 국가 중 28위에 그쳤다.우리가 얼마나 지친 일상을 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그런데 요즘 곳곳에서 새로운 변화의 기운이 감지된다.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Work & Life Balance)’ ‘일과 가정의 양립’ 등의 용어는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다.문재인 대통령도 ‘휴식이 곧 국가경쟁력’이라며 휴식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많은 기업과 정부기관에서도 연가활성화,유연근무제,정시출퇴근제 등 다양한 근무혁신 대책이 도입되고 있다.기업이나 정부에서도 직원들이 잘 쉬고 스트레스 없이 근무해야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오랜 시간 강원도민의 대부분은 자연을 벗 삼아 삶을 영위했다.어려서 뛰어 놀던 들판에서 일을 하여 가정을 꾸리고 자식을 키워냈으며,한 평생 당당하게 두 발을 딛고 있던 땅으로 돌아갈 때까지 끊임없이 일만 했다.삶을 긴 여정으로 볼때 온전한 쉼 없이 반복되는 일상만을 살아가다 보면,얼마 지나지 않아 지치게 되고,넘어질 수 있다.계획한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에는 다시 일어설 수 없을 만큼의 좌절에 빠질 수도 있는 것이다.이제 우리 강원도민들도 각자의 삶 속에서 여유 있는 휴식을 즐기셨으면 좋겠다.자신의 상황에 맞게 생활패턴을 조정해 조금 더 만족스러운 상태가 될 수 있도록 비우고 내려놓는 용기도 필요하다.직장을 비롯한 우리 사회는 개인이 용기를 내고 결심을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여건과 분위기를 마련하고 든든한 조력자의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오늘 무슨 일을 했는가 못지않게 어떤 마음으로 했는가가 중요하다.모든 것은 물결처럼 사라지겠지만 사랑은 남아 가슴으로 이어져 흐른다.”라는 박노해 작가의 글은 우리의 삶에서 일이 어떤 의미를 가져야 하는지 알려준다.글에서 느껴지는 편안함처럼,최선을 다해 즐거운 마음으로 일할 수 있는 근무환경이 만들어져 우리들의 일상이 반짝반짝 빛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더불어 다른 사람들과도 웃음을 나눌 수 있는 너그러운 마음이 흘러넘치고,하루의 일을 무사히 마치며 가족과 함께 만들어가는 행복한 삶이 이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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