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축제라는 말을 하지만 당락의 명암이 극명하게 갈린다.이긴 자에게는 직위에 걸 맞는 권한과 책임이 주어지지만 진 자는 평범한 시민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이런 과정을 충격 없이 잘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최선을 다해 선거에 임하고 그 결과에 승복하고 본래의 자리로 돌아간다는 것은 그만큼 그 사회가 성숙해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이긴 자는 기쁨에 취하고 진 자는 실의에 젖기 쉬운 것이 선거다.

선거에서의 당락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당락의 명암이 사회를 성장시키는 기제가 될 것이다.당락이 곧 성패를 갈라놓는 것은 아니다.당선자는 임기동안 한시적 신임을 받은 것이고 이런 결과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길게 보면 한 번 이겼다고 과도하게 기뻐할 것도 한 번 졌다고 지나치게 낙망할 일도 아니다.담담하게 그 결과를 받아들이고 당선자는 당선자대로 낙선자는 낙선자대로 제자리를 잡아야 한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도 숱한 명암이 갈렸다.도지사와 교육감,도의원과 시·군의원 235명이 선출됐다.이들에 의해 앞으로 4년 강원도의 지방자치와 지역발전의 역사가 쓰여 진다.지금 당선자들에게 조명이 비춰지고 있지만 그 뒤엔 더 많은 낙선자들이 있다.오늘의 당선자를 있게 한 파트너들이다.당선자들은 자신의 비전을 실현할 기회를 얻었다.그러나 낙선자에게도 또 다른 저 마다의 기회가 있다고 본다.

다산 정약용은 1801년 모든 것을 잃고 유배를 시작하면서 오히려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했다.선생은 ‘자찬묘지명’에 “어릴적 학문에 뜻을 뒀으나 20여년 세로(世路)에 빠져 있었다”며 “지금 비로소 여가를 얻었다(今得暇矣)”고 당시의 생각을 적었다.40세에 삭탈관직 당하고 전남 강진으로 쫓겨난 그 절망의 순간을 절호의 기회로 환치시켜 놓았던 것이다.이를 흔연히 스스로 경하(欣然自慶)하였다고까지 털어놨다.

국사와 정쟁의 소용돌이에서 헤어날 수 없었던 그에게 유배는 강제된 자유였던 셈이다.그만큼 학문과 저술에 몰두할 시간을 얻었다.그는 18년 유배기간동안 500권이 넘는 저작을 남겼다.그의 불운과 오랜 고립이 후대의 자산이 된 것이다.다산 선생의 유배는 개인과 가족사뿐만 아니라 시대와 민족전체에도 대전환이 된 사건이다.실의에 빠진 낙선자들이 있는가.어딘가 당선자가 갖지 못한 기회가 있을 것이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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