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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어구십(半於九十)

이용춘 2018년 06월 18일 월요일
▲ 이용춘 강릉우체국장
▲ 이용춘 강릉우체국장
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 이야기다.진(秦)무왕(재위 BC310~BC307)은 나라가 강해지자 점차 자만심에 빠졌다.그러자 한 신하가 무왕에게 간(諫)했다.“저는 왜 대왕이 제(齊)와 초(楚) 두 나라를 가벼이 여기고 한(韓)을 업신여기는지 모르겠습니다.왕자(王者)는 싸움에 이겨도 교만하지 않고,패자(覇者)는 맹주가 되어도 쉽게 분노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이는 잘못된 것입니다.‘시경(詩經)’에 ‘처음은 누구나 잘 하지만 끝을 잘 마무리하는 사람은 적다’는 말이 있습니다.선왕(先王)들은 시작과 끝을 다 중요하게 여겼습니다.역사에는 처음에 잘하다가도 마무리를 잘하지 못해 멸망한 경우가 많습니다.오왕(吳王) 부차도 회계에서 월왕 구천에게 항복을 받고 애릉에서 제(齊)를 대파하였지만,황지의 회맹에서 송(宋)에 무례하게 굴다가 결국은 구천에게 사로잡혔습니다.‘1백리를 가는 사람은 90 리를 절반으로 여긴다(행백리자 반어구십·行百里者 半於九十)’라고 했습니다.”

길을 감에는 처음 90리와 나머지 10리가 같다.무슨 일이나 처음은 쉽고 끝맺기가 어려움을 시사하는 말이다.‘시작이 반이다’는 시작의 중요성을,‘행백리자 반어구십’은 마무리의 어려움과 중요함을 강조하는 말이다.며칠 전 동창 녀석이 밴드에 올린 ‘목수 이야기’ 글을 읽었다.일생을 목수로 살아온 사람이 나이가 들어 은퇴를 결심했다.사장은 목수의 실력을 알기에 함께 더 일하기를 부탁했으나 목수의 마음을 돌릴 수 없었다.사장은 마지막으로 집 한 채를 지어달라는 부탁을 했다.목수는 사장의 청을 거절할 수 없어 집을 짓기 시작했지만 이미 마음이 떠난 목수에게 집짓기는 귀찮기만 하였다.목수는 단지 빨리 집을 짓고 떠나겠다는 생각만으로 조잡한 자재와 실력 없는 인부를 쓰고 공정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대충 집을 지어놓은 목수는 사장에게 이제 집을 다 지었다며 떠나겠다고 했다.사장은 떠나려는 목수에게 집 열쇠를 주면서 ‘이 집은 그동안 열심히 일해 준 것에 대한 보답으로 자네에게 주는 것이니 어서 받게’라고 말했다.열쇠를 받아든 목수의 심정은 어땠을까.아마 ‘최선을 다해 신경 써서 잘 지을 걸’하며 크게 후회했을 것이다.좋은 집에서 살 수 있는 기회를 ‘이제는 끝인데’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놓쳐버린 것이다.

처음에는 잘 될 것 같아도 세상사 만만치 않다.자만하다 보면 작은 일을 놓치고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해 큰 일도 그르칠 수 있다.이러지 않으려면 90리를 가고서도 이제 겨우 반쯤 갔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그런데 사람의 마음은 목표의 절반을 지나면 해이해지기 십상이다.모든 일에는 처음이 있다.처음이 있으면 끝도 있기 마련이다.바람직한 것은 처음이 좋아야 하고 처음 자세가 끝까지 이어져야 한다.사람의 진가는 떠난 다음 제대로 평가된다고 한다.마무리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으나 유종의 미를 거두기란 쉽지 않다.직장도 들어왔으면 언젠가는 떠나야 한다.특히 정년이나 임기가 정해져 있어 직장을 떠나야 할 때라면 ‘시경(詩經)’의 반어구십(半於九十)이나 ‘은퇴한 목수 이야기’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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