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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지켜내는 넉넉한 품

이채린 2018년 06월 27일 수요일
▲ 이채린 원주 호저초 교사
▲ 이채린 원주 호저초 교사
2018년 4월 27일.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났다.‘한반도의 평화와 번영,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으로 두 정상은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우리 겨레와 온 세상에 널리 알렸다.마치 꿈처럼,선물처럼,갑자기 찾아온 것 같은 평화의 시대에 어안이 벙벙했다.그러나 곧 이어진 두 번째 만남과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회담까지,이제는 정말 ‘한반도 대전환’이라고 불러야 마땅함을 알겠다.

4월 27일 아침.인터넷 방송으로 아이들과 함께 두 정상의 만남을 지켜보았다. ‘통일’,‘6·25 전쟁’,‘남한과 북한’을 잘 모르는 아이들에게 이 만남이 어떻게 느껴질까? 간절하게 통일을 바라는 까닭이 바로 너희들 때문이라는 것을 알까? 통일된 대한민국에서 가슴 펴고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라서라는 걸 너희들은 알까? 군사분계선에 선 문재인 대통령 그리고 곧 걸어 나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두 정상이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손을 뻗어 마주 잡았을 때 1학년 아이들이 절로 손뼉을 쳤다.두 눈은 텔레비전에 붙박은 채 진심에서 우러나와 손뼉을 치는 아이들을 보자 가슴 깊은 곳에서 뭉클함이 치솟아 올랐다.

올해는 6·25 전쟁이 일어난 지 68년째 해다.2011년에 태어난 1학년 아이들은 6·25 전쟁을 거의 모른다.17명 가운데 한 두 명이 6·25가 ‘전쟁’이라는 것을 아는 정도다.전쟁이 왜 일어났는지 이야기해주고 두 눈을 감아보라고 했다.‘전쟁이 나서 집을 떠나 피난길에 오르고 두 다리로 몇 날 며칠을 걷고 잠도 땅에서 자야 한다.어쩌면 부모님과 헤어져서 다시는 못 만날 수도 있다’ 전쟁이 일어났을 때 겪을 수 있는 일을 말해주었더니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고 입을 모아 외친다.1학년이 전쟁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은 어쩌면 이게 전부다.전쟁은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하고 통일을 위해 모두가 애써야 한다는 것.통일된 조국을 위해 차근차근 만남을 이어나가고 서로 배워나가야 한다는 것.나아가서 이 세상에서 전쟁으로 고통 받는 어린이들의 아픔을 느끼고 도와야 한다는 것까지.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은 과거를 돌아보는 역사 교육과 더불어 평화를 지켜내며 보살필 수 있는 넉넉한 품을 길러주는 교육이다.

내가 어렸을 때 받았던 통일교육은 표어쓰기,포스터 그리기,웅변대회가 전부였다.포스터와 표어,웅변대회에서는 통일을 외치면서 어른들이 말하는 북한은 도깨비나 늑대같이 무서운 이미지였다.그래서 진정으로 통일을 바라는 마음이 자라나지 못했다.자라면서는 ‘통일비용’ 때문에 통일을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자라났다.통일이 되면 우리 세금을 쏟아 부어 북한을 도와주어야 한다는 ‘상식’아닌 상식이 널리 퍼져있다.독일이 지금까지 ‘통일세’를 거두고 있고 우리나라는 더 심각한 상황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그런데 알고 보니 그런 ‘상식’은 잘못된 정보였다.독일은 갑자기 통일이 됐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돈이 많이 들어가는 것이다.지금부터 천천히 준비해나가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돈이 들지 않는다.

우리는 살지 못할,아이들이 살아갈 미래 사회를 준비하려면 제대로 된 통일교육,제대로 된 평화교육을 해야 한다.우리나라 아이들이,시리아에서 고통 받는 아이들,아프가니스탄,팔레스타인,멕시코와 미국 국경에서 울부짖는 아이들의 아픔을 느끼고 도와주는 사람으로 자라도록 가르쳐야 한다.평화를 지켜낼 수 있는 넉넉한 품을 지닌 어른으로 자라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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