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12개 읍·면·동 보육시설 ‘0’개… 저출산 부채질
영유아 432명 인근마을로 원정
농어촌·산간 등 ‘보육 사각지대’
맞벌이 부부 지원제도 정착안돼
저출산-고령화-지방소멸 초래
지역 형평성 고려 재구조화 필요

철원 최동단에 위치한 근남면.비무장지대(DMZ)를 품고 있는 이곳에는 지난해 말 기준 122명의 영유아가 살고 있지만 보육시설은 단 한곳도 없다.어린이집도 유치원도 없기 때문에 이곳의 아이들은 주로 인근 서면에 있는 보육시설을 이용한다.동해 삼화동의 상황도 비슷하다.이곳 역시 영유아가 102명 거주하지만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설치되지 않아 보육시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북삼동 등 인근 마을로 이동해야만 한다.강원도여성가족연구원이 출간한 2017연구보고서 ‘강원도 및 시군별 보육 수급 현황과 정책과제’에 따르면 도내 이처럼 마을 내 보육시설이 부재해 보육서비스 이용을 위해 다른 마을로 이동해야 하는 읍면동은 지난해 말 기준 12곳(DMZ 내 법정면 5곳 제외)이며 이곳에 거주하는 영유아는 모두 432명이다.

강원도 내 ‘돌봄 공백’이 저출산·고령화 현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특히 면적이 넓고 인구가 적은 강원도는 지역별로 돌봄을 제공하는 보육 격차가 커 농어촌,산간 지역 영유아의 경우 시설 접근성,질적 수준 등 여러 면에서 열악한 ‘보육 사각지대’에 노출돼 있는 상황이다.이에 군지역이 시지역에 비해 영유아 인구가 2배 이상 감소하는 도농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지역사회의 다양한 육아 수요 충족을 위해 전국적으로 설치·운영되고 있는 육아종합지원센터 또한 시군구 기준 서울이 100%,경기도가 75%의 설치율을 보이고 있는 것과 달리 강원도의 설치율은 5.6%에 불과하다.도 총괄 센터를 제외하면 도내 18개 시군 중 강릉에만 육아종합지원센터가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이처럼 도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공동체의 ‘돌봄 공백’은 개인,특히 엄마인 여성에게 ‘독박육아’를 강요하고 이는 결국 저출산·고령화로 이어져 ‘지방소멸’을 초래하는 악순환의 시작점이 되고 있다.

질적 측면에서의 ‘돌봄 공백’은 더욱 심각하다.2012년 무상보육,2013년 누리과정이 시행되면서 보육기관 이용 및 공급 시설 규모가 과거와 비교해 급격히 확대된 반면 초저출산 현상으로 영유아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해 전체적으로 봤을 때 보육시설 공급 자체가 부족한 상황은 아니지만 각 가정에서 온전히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은 많지 않다.무엇보다 부모의 근무시간을 모두 아우르는 ‘원스톱 돌봄 시스템’이 정착되지 않아 맞벌이 가정의 경우 추가적인 보육·교육 프로그램이나 조부모 등 주변 사람의 도움 없이는 아이를 키우기 힘든 환경이 조성돼 있다.최근 우리 사회에 등장한 ‘할마’(할머니+엄마),‘할빠’(할아버지+아빠)와 같은 신조어는 이러한 공동체의 돌봄 부재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전문가들은 저출산·고령화 대응을 위해서는 사회 전체가 ‘공동체 육아’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아이들이 결국 그 지역은 물론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만큼 공동체가 함께 아이를 키운다는 인식 아래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환경 조성에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다.특히 강원도의 경우 지리적 특성상 ‘보육 사각지대’ 발생 위험성이 크고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 유출로 미래를 위협받고 있는 만큼 보육에 있어 공적인 역할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각 가정에 전가된 ‘돌봄’의 책임을 각 지자체가 맡아 지역 상황에 맞는 맞춤형 돌봄 제공을 위해 적극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최근 이 같은 인식 확대에 따라 만 6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정부 차원의 아동수당(월 10만원) 지급이 시행되고 강릉,평창 등 도내 각 시군이 지역 실정을 반영한 맞춤형 보육 모델 수립에 나섰지만 도내 공동체 돌봄 실현은 여전히 요원한 상황이다.허목화 강원도여성가족연구원 연구위원은 “강원도의 경우 무엇보다 양질의 서비스를 보편적으로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하며 이를 위해 보육의 공공성 강화와 지역적 형평성을 고려한 재구조화가 필요하다”며 “특히 지역 간 편차가 큰 만큼 지자체를 주축으로 각 시군 상황과 특성에 따른 맞춤형 보육·교육 모델 개발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유란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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