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공동체 책임’ 인식과 함께 제도 맞물려 돌아야”

▲ '스웨덴은 어떻게 육아천국이 됐을까'를 주제로 한 간담회가 지난달 17일 스웨덴 말뫼시의 한 실내놀이터에서 진행됐다.

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 1위 스웨덴과 꼴찌 한국의 육아환경은 어떻게 다를까.강원도 내 저출산 극복을 위해 지난해부터 연중 캠페인 보도를 진행하고 있는 본지는 최근 스웨덴 현지에서 ‘스웨덴은 어떻게 육아천국이 됐을까’를 주제로 간담회를 가졌다.이날 자리에는 두 명의 한국인 입양아를 키우고 있는 프리다 트롤미르 스웨덴 말뫼시 부시장을 비롯해 스웨덴에 9년째 거주하며 ‘스웨덴 일기’ 등 두권의 책을 펴낸 나승위 작가,지난 2월 가족과 함께 스웨덴으로 이주한 주부 하윤희씨가 참석,아이 키우기 좋은 세계 최고의 나라로 거듭난 스웨덴의 비밀과 함께 한국과 강원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프리다 트롤미르
기초자치단체 보육 전담
지역 상황 맞는 정책 구사
부모 근로로 인한 공백 채워

>>나승위
스웨덴 평등 질높은 공보육
한국서 추진 '공동육아' 유사
과도한 경쟁 탈피도 필요

>>하윤희
한국 육아휴직·아동수당
실효성 떨어지는 것 문제
스웨덴 그 어떤 부담 없어
 

■ 한국과 스웨덴은 모두 여성의 사회참여율이 높은 국가인데 출산율은 큰 차이를 보인다.

△프리다 트롤미르(이하 프)=스웨덴 또한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여성이 출산과 육아 부담을 모두 짊어져 일하기 힘든 시절이 있었다.그러나 1970년대 여성해방운동이 시작되며 육아는 공동체가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과 함께 사회의 아이 돌봄 시스템이 발전하기 시작했다.오늘날 스웨덴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평등’으로 남녀가 동등하게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모든 아이는 평등한 출발점에서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가족정책을 펼친다.가족정책은 크게 부모의 평등한 양육을 위한 출산·육아휴직,일과 육아 병행을 위한 질 높은 공보육,양육부담 경감을 위한 아동수당 등 3개 제도로 구성된다.

△나승위(이하 나)=출산과 육아에 있어 이 3개 제도는 모두 중요한데 스웨덴은 이 지원이 보편화돼 있어 누구나 마음 놓고 이용이 가능한 것이 핵심이다.특히 부모가 일하는 시간 아이를 온전히 믿고 맡길 수 있는 질 높은 공보육 비중이 높다.스웨덴의 공보육은 한국에 있었을 때 몇몇 부모들과 직접 추진해서 했던 ‘공동육아’와 내용이 비슷하다.그만큼 부모가 원하는 질 높은 교육을 공보육이 보편적으로 제공한다는 뜻이다.그래서 이곳에서는 왕실 가족도 공보육 시설을 이용한다.

△하윤희(이하 하)=지난 2월 스웨덴으로 이주하기 전까지만 해도 은행원으로 일하며 두 아이를 기르는 ‘워킹맘’이었다.그러나 근무시간이 길어서 도저히 부모님의 도움 없이는 아이들을 돌볼 수 없었고 출산·육아휴직이 보장돼 있어도 실제로 직장에서 눈치 안 보고 이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한국도 스웨덴처럼 육아휴직,공보육,아동수당 제도가 운영되고 있으나 누구나 원하면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보편화되지 않고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게 문제다.

■ 스웨덴에서는 보육을 기초지방자치단체인 ‘코뮌’이 전담한다.저출산 극복에 있어 지자체가 해야 할 역할은.

△프=스웨덴에서는 ‘코뮌’이 보육을 비롯한 모든 복지 정책을 전담한다.정부는 정책의 큰 방향을 설정하고 예산만 편성한다.지역마다 상황과 수요가 다르니 당연한 일이다.특히 부모의 근로로 인한 돌봄 공백을 채우기 위한 공보육과 공교육 서비스를 모두 코뮌에서 운영하는데 맞벌이 부부의 경우 무조건 신청 3개월 내 서비스를 제공해야만 하는 의무가 있다.지자체는 모든 부모가 일하면서 아이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해결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강력하게 전개할 필요가 있다.

△나= 말뫼시의 경우 대륙과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관문이자 접경 도시기 때문에 이민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말뫼시는 ‘버스 푀르스콜라(어린이집+유치원)’를 신설했으며 언어교육에 특히 중점을 둔다.또 바로 근접한 지역과도 보육 정책의 차이가 크다.그만큼 지역 내 가족의 수요에 따라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실효적인 지원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 출산과 육아 그리고 가족을 대하는 사회적 인식도 중요한 것 같다.

△하=스웨덴으로 이주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가족에 대한 인식 차이가 큰 게 느껴진다.여기는 어딜 가나 아빠랑 아이가 함께하고 회사에서도 가족을 위한 일이라면 뭐든지 배려해준다.남편 또한 한국에서는 육아에 그리 적극적인 편은 아니었는데 스웨덴에 오고 나서 육아에 대한 태도가 변했고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이 크게 증가했다.육아에 무관심한 아빠는 태어나는 게 아니라 사회가 만드는 것이라는 것을 실감했다.교육에 대한 태도도 다르다.여기서는 잘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자기 표현과 놀이가 우선이다 보니 초등학교 다니는 첫째가 학교 가는 것을 좋아하고 기다린다.

△프=솔직히 말하면 한국에서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이해하기 어렵다.전 세계적으로 한국인 입양아 수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2010년 스웨덴에 들어온 입양아 수가 총 390여 명이었는데 그 중 75명이 한국인 입양아였으며 내 두 아들 또한 모두 한국인 입양아다.미혼모와 동거 부부 등 전통적인 형태의 가족 외에도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고 그들 또한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또한 여성에게는 낙태와 같이 자신의 몸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도 중요하다.

△나=스웨덴에서는 ‘내 아이’라는 개념이 없다.모두 ‘우리의 아이’로 사회가 함께 양육해나가야 할 대상이다.그래서 육아 책임 또한 부모가 1순위라면 사회는 0순위다.8세 미만 아동을 기르는 부모에게는 국가의 구성원을 기른다는 개념에서 육아수당을 주는 것이 그 반증이다.또 아동수당,학업수당을 아동에게 직접 지급하기 때문에 성인으로 성장할 때까지 경제적 부담이 거의 들지 않는다.가족 형태 또한 매우 다양하게 인정하고 특성에 맞춰 세심한 지원책을 제공하기 때문에 누구나 원한다면 부담 없이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

■ 각자가 생각하는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나라 스웨덴의 가장 중요한 비밀 한 가지를 꼽는다면.

△프=‘평등’의 가치다.모든 아이들은 같은 출발점에서 시작해야 하고 남녀 모두에게 일과 육아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특히 지역 규모나 특성에 따라 그 지역 부모와 아동이 상대적으로 차별을 받을 수 있는데 보완하기 위해 지역 맞춤형 정책을 수립하고 모두에게 동등한 쾌적한 환경을 제시하는 것이 지자체의 중요한 역할이다.

△하=육아에 대해 어떠한 부담도 없다는 것이다.경제적 부담은 물론 부모가 육아로 인한 부담 없이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촘촘한 지원과 사회적 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아이 키울 때 돈이 들지 않고 남녀 모두 임신과 출산,육아에 대한 불이익이 없도록 강력한 정책이 필요하다.특히 교육,의료 분야는 더욱 그렇다.

△나=필요 이상의 경쟁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것도 중요하다.스웨덴은 1등을 우대하지 않고 꼴찌를 차별하지 않는,이른바 ‘라곰(Lagom,적당한·충분한)’ 정신이 사회 곳곳에 배어 있는 나라다.과도한 경쟁으로 증가하는 노동시간은 가족을 돌보는 시간을 줄어들게 하고 아이들조차 사교육 시장으로 내몰아 경제적 부담을 늘린다.이는 결국 가족 붕괴와 저출산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변화를 위해서는 강력한 법과 제도 정비와 함께 사회 전체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정리/최유란·한규빛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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