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 태(太) · 세울 건(建) “3년 내 ‘19초대’ 더 큰 기록 세울 것”
20초40, 종전 기록 0.01초 경신
아킬레스건 부상 등 악재 속 활약
인천 AG 400m ×4 계주 은메달
도청 입단 후 200m로 종목 변경
일본 전지훈련 등 기록 단축 노력
최종 목표 한국사상 ‘19초’ 도전

박태건은 지난해 11월 ‘박봉고’의 이름을 뒤로 하고 개명했다.클 태(太)에 세울 건(建) 자를 썼다.그리고 ‘이름값’대로 33년 만에 한국 남자 200m 신기록을 세웠다.한국 최정상에 우뚝섰지만 박태건의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지난달 28일 정선종합운동장에 모인 육상 체육계관계자들은 33년만에 바뀐 남자 육상 200m 한국 기록에 열광했다.

박태건(27·강원도청)은 이날 열린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 남자 200m 결승에서 20초40으로 레이스를 마쳤다.이는 1985년 자카르타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장재근이 기록한 20초41을 0.01초 앞당긴 한국신기록이다.고무적인 것은 박태건 스스로도 이번 기록이 최고의 컨디션에서 나온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고 자신한다는 점이다.박태건은 지난 5월에 아킬레스건을 다쳤고 훈련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신기록을 작성했다.

▲ 2014 아시안게임 당시 남자 계주 400mX4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박태건(왼쪽 세번째)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 2014 아시안게임 당시 남자 계주 400mX4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박태건(왼쪽 세번째)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육상에 관심이 있다는 사람들도 박태건 이름 세글자는 낯설 수 있다.하지만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육상 남자 4 x 400m 릴레이 은메달리스트 ‘박봉고’의 이름을 기억하는 스포츠마니아들에게는 이름만 바뀌었을뿐 대한민국 육상 단거리의 미래를 책임질 기대주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박태건은 2015년 1월 강원도청에 입단했을 당시만해도 400m를 주종목으로 훈련해왔다.중학생때 육상선수를 시작했고 경북체고 1학년 당시 코치의 권유로 400m로 주종목을 결정한 뒤 7여년간 전국대회에서 정상급 선수로 활약해왔다.강원도청에 입단한 이후에도 400m에서 전국최고선수로 안주할 수 있었으나 최선근 강원도육상연맹회장(강원도청감독)의 “200m로 뛰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제안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박태건은 “입단 1년이 지났는데 감독님이 200m로 바꿔보자는 말씀에 도전욕구가 생겼다”며 “힘든일도 많았지만 강원도청과 최선근 감독님,윤선숙 코치님의 전폭적인 지원에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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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건이 지난달 28일 정선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72회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 남자 200m 결승에서 20초40를 기록한 뒤 기록판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주종목을 바꾸고 나서 지난 3년간 박태건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전지훈련지로 아시아 최고 육상메카인 일본을 선택하고 기록단축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하지만 세계의 벽은 높았고 단시간에 기록단축은 어려운 일이었다.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앞두고 올림픽 기준 기록(20초50) 통과에 도전했으나 0.2초차로 아쉽게 실패했다.지난해에는 런던세계선수권에 출전하고자 기준 기록(20초44)에 도전했으나 또다시 실패의 쓴잔을 맛봐야했다.하지만 박태건은 포기하지 않았고 지난해 7월 아시아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며 자신감을 되찾았다.마침내 올해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최종선발전 격인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서 한국신기록을 세우며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박태건은 “신기록 세우리라 생각 못했다.비가 엄청 많이 왔었고 컨디션도 최상은 아니어서 좋은 기록에는 욕심을 버렸었다”며 “그런데 마음을 비우고 경기에만 집중하자고 생각했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제가 꿈꾸고 상상했던 일이 일어나서 신기하기도 하고 매우 기뻤다”고 말했다.

박태건의 당면 과제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또 한국기록을 세우고 메달을 획득하는 것이다.올 시즌 아시아 랭킹 5위인 박태건은 아시안게임에서 20초20대에 기록을 세우는 것이다.그는 “지난해 인도에서 더위와 체력싸움 등 열악한 환경에서도 좋은 기록을 거뒀다.이번 아시안게임도 정신집중만 하면 충분히 기록경신을 노릴 수 있다”고 자신했다.

박태건의 최종 목표는 육상불모지라는 한국에서 사상 첫 남자 200m ‘19초대’를 기록,국가대표로 한국육상의 위상을 높이고 세계정상급 선수들과 기량을 겨루는 것이다.그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0.4초를 단축했다.지금 기록이 20초40이니까 3년뒤에는 19초대에 진입할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세계최고 선수들과 기량을 겨룰 수 있는 선수로 성장하는 것이 제 최종목표다.제 인생에 있어서 육상을 했을때 자신에게 떳떳할만큼 후회없이 했다고 여길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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