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곡부터 아이돌까지 섭렵… 음악으로 긍정 에너지 전해요”
1998년 창단 올해 창립 20주년
매일 밤 라면 먹으며 연습 몰두
지역서 유명… 단원 늘어 새출발
백두산 천지·금강산 공연 뿌듯
국내·외서 강릉 홍보활동 매진

▲ 강릉그린실버악단 공연 모습.
▲ 강릉그린실버악단 공연 모습.
‘평균 연령 73세’.

강릉그린실버악단 단원들의 평균 연령은 고희(古稀)를 훌쩍 넘어선다.심지어는 80대 단원도 다수 있다.연령대는 높지만,이들 단원들의 활동성은 30∼40대가 부럽지않다.‘인생은 칠십부터’ 라는 말이 틀리지않다는 것을 강릉그린실버악단 단원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지난 1998년 창단된 강릉그린실버악단은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았다.이 악단을 20년간 변함없이 선봉에서 이끌어 온 리더가 원계환(78) 단장이다.그의 유별난 뚝심과 남다른 리더쉽이 있었기에 강산이 두번 바뀌는 동안에도 악단은 건재할 수 있었다.

▲ 1998년 창단된 강릉그린실버악단은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았다.이 악단을 20년간 변함없이 선봉에서 이끌어 온 리더가 원계환(78) 단장이다.유별난 뚝심과 남다른 리더쉽이 있었기에 악단은 건재할 수 있었다.
▲ 1998년 창단된 강릉그린실버악단은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았다.이 악단을 20년간 변함없이 선봉에서 이끌어 온 리더가 원계환(78) 단장이다.유별난 뚝심과 남다른 리더쉽이 있었기에 악단은 건재할 수 있었다.
원 단장은 강릉그린실버악단의 창립자이기도 하다.창립에 얽힌 사연이 재미있다.때는 1998년 봄.우연히 강릉지역의 한 악기점을 찾은 원 단장은 매장에 진열돼 있던 트럼펫을 실수로 건드려 망가뜨렸다.울며겨자먹기로 망가진 악기를 구입하게 된 원 단장은 강릉농고(현 강릉중앙고) 재학 시절 밴드부로 활동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당시 멤버들을 다시 소집해 ‘삼악회’라는 이름의 관악대를 결성했다.

“창립 당시엔 남항진에 있는,10평도 채 안되는 돼지 돈사를 고쳐서 연습실로 썼어요.그저 음악에 대한 열정 하나로 매일 밤 라면을 끓여 먹으며 연습에 몰두했죠.지역에서 공연 봉사활동을 하다보니 다른 고등학교의 밴드부 출신 친구들에게서 ‘함께 하고싶다’는 연락이 오더라고요.원래 7명이었는데 15명이 합류해 22명이 됐고 이듬해 명칭을 ‘강릉그린실버악단’으로 바꾸고 새출발을 했어요.그때 멤버중 5명이 지금까지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악단은 창립 때부터 지금까지 연평균 40회의 공연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일주일에 한번,많게는 두번까지 공연했다.몸은 고됐지만 마음은 기쁨과 보람으로 가득찼다.

20년간 연주한 곡만 수백 곡.트롯트에서부터 가곡,아이돌 음악까지 장르를 불문하고 청중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거의 섭렵했다.

그러나 강릉그린실버악단에도 위기가 있었으니,지난 2000년 원 단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졌을 때다.그는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갑작스런 통증으로 정신을 잃었다.

원 단장이 한 달동안 서울에서 입원 치료를 받으면서 이제 창립된지 2년도 채 되지 않았던 악단도 술렁였다.

하지만 원 단장이 돌아오는 날,단원들은 거리에서 그만을 위한 ‘특별 공연’을 마련해 원 단장을 따듯하게 맞이했고,악단은 이전보다 더 강한 결속력으로 악단 활동을 이어가게 됐다.원 단장은 “그 때 코끝이 찡했던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강릉그린실버악단은 강원도의 동계올림픽 유치에 누구보다 앞장서서 힘을 보탠 단체이기도 하다.세번의 올림픽 유치 도전 때 마다 홍보 활동에 적극적으로 함께 했다.

원 단장은 ‘백두산 천지’와 ‘북한 금강산’에서의 공연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특히 금강산에서는 가슴 벅찬 순간과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순간을 한 번에 경험했다.

원계환 강릉그린실버악단 단장
원계환 강릉그린실버악단 단장
“2002년에 북한 금강산의 심계사 절터에서 ‘2010년 동계올림픽 강원도 유치기원 금강산 한마음 음악회’ 공연을 했어요.연주곡도 사전에 북측 검열을 받았죠.당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연주했는데 가슴이 뭉클하더라고요.공연이 끝난 후에 한 방송사가 남한 관광객에게 공연 관람 소감을 묻는데 이 관광객이 난데없이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는 것이 아니겠어요.그곳에 있던 모두가 얼어붙었죠.당시 북측 보안요원들이 우릴 지켜보고 있었거든요.그런데 못 들은건지 못 들은척 한건지 가만히 있더라고요.그날 밤 집에 돌아가지 못할까봐 밤잠을 설쳤습니다.”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 후에는 ‘빙상경기 개최도시 강릉’을 알리는 데 열과 성을 쏟았다.국내든,해외든 공연을 다닐 때 마다 강릉시 홍보물을 수천개 씩 챙겨가 현지인들에게 나눠줬다.

강릉그린실버악단은 또 지역 전통시장 부흥에도 한몫을 하고 있다.강원도가 도내 전통시장을 순회하며 시행하고 있는 ‘왁자지껄 전통시장 마케팅’ 행사의 공연팀으로 매번 참여하고 있다.우렁차고 힘있는 강릉그린실버악단의 연주 소리는 시장 주변의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어모으는 데에 안성맞춤이다.

악단은 오는 12월 강릉아트센터에서 창립 20주년 공연을 개최한다.원 단장은 “악단 활동을 통해 긍정적인 삶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다”며 “앞으로 더 많은 이들과 긍정의 에너지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이서영 arachi21@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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