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의 위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사람들이 농촌을 떠나 도시로 향하면서 공동화를 우려한 지 오래다.최근 도시로 떠났던 사람들이 다시 돌아오는 회귀 경향이 없지 않지만 예전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떠나고 더 많은 기회를 얻기 위해 정든 고향을 등지는 것이다.그러나 농촌은 도시로 떠난 이들이 태(胎)를 버린 곳이라는 점에서 생명의 근원이라 할 수 있다.

단순히 생물학적 의미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농촌은 생명을 이어가게 하는 식량과 에너지 공급원이라는 점에서 결코 인연을 끊을 수 없는 곳이다.한 생명을 태어나 성장하게 하는 원천이 농촌이다.별개의 존재로 보이지만 도시를 지탱하는 힘이 농촌에서 나온다.그러나 농촌은 지금 소멸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강원도 경우만 해도 전체 18개 시·군 가운데 10곳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고 한다.

농촌의 공동화는 단순한 지역의 존폐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생명의 원천인 농업의 기반이 무너진다는 데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당장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농업의 토대는 한 번 무너지면 거의 회복불능의 상태에 빠지게 된다.그래서 먼 미래를 내다보고 준비하고 관리해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농업을 생명산업으로 부르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이것은 화폐 가치와 환치할 수 없는 절대재인 것이다.

쌀이 남아돈다고 하지만 사정이 어떻게 달라질 지 알 수 없는 일이다.만약에 대비해 막대한 안보 비용을 쓰는 것처럼 최소한의 식량 생산기반을 확보해야 한다.채산성이 낮다고 농업을 소홀히 하면 그게 곧 재난의 시작이다.돈이 된다고 하지만 스마트폰과 반도체에는 한계가 있다.최근 태양열 바람이 불면서 농토와 염전까지 잠식하고 있다고 한다.전기가 아무리 중요하대도 쌀을 대체할 수는 없는 것이다.

요즘 ‘치유농업’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농업의 다양한 가치를 살리자는 것이다.농업이 지닌 신체적 정서적 심리적 힐링 효과를 여러 방면에 활용 된다.농업의 가치를 환기시키고 소득증대로 이어진다면 가치 있는 일이다.그러나 농업의 본류를 살리는 게 중요하다.농업의 위기를 방치하면 치유농업도 설 자리가 없다.농업을 살리는 것이 사회적 건강의 출발이 된다는 점에서 ‘농업치유’로 부르면 좋겠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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