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이트 벗고 두바퀴로 다시 세계 무대 도전한다”
삿포로동계AG 국가대표 선발
스피드스케이팅 1500m 활약
평소 자전거 관심에 종목 전향
전국체전 등 정상급 실력 뽐내
도쿄올림픽 태극마크 구슬땀

장수지는 이번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태극전사 중 주목받고 있는 선수는 아니다.그럼에도 불과 1년만에 전향한 종목에서 국가대표로 아시안게임에 출전,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며 내일의 발전이 기대되고 있다.

장수지는 방과후 체육활동으로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다 빙상에 입문했다.원주 중앙초 재학시절 스포츠에 흥미를 느껴 인라인스케이트를 배웠는데 겨울에는 빙상 스케이트를 타는 운동부라서 자연스럽게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 활동하게 됐다.고학년에 올라가면서 스스로 빙상선수가 되기로 결심하고 원주에서 남춘천여중으로 진학하면서 본격적인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남춘천여중에서 재학당시 제21회 교육감기 학생 빙상경기대회에서 2관왕에 오르는 등 재능을 보였다.2012년에는 제1회 인스브루크 동계유스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 은메달,여자 3000m 동메달을 획득하는 등 국제무대에서도 맹활약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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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자전거 종목으로 전향해 이번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출전하는 장수지.
장수지는 춘천 유봉여고로 진학하면서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중거리’에서 국내 최상급선수로 성장했다.2015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주니어월드컵 여자 1500m 금메달을 획득했고 2016년에는 ISU 스피드스케이팅 주니어월드컵 3차 대회 여자 팀추월 1위를 차지하는 등 미래가 기대되는 선수로 성장했다.

하지만 성인국제무대에서 커다란 장벽을 만났다.국내에서 열리는 유일한 올림픽 기회였던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국가대표로 꾸준히 국제무대에 도전했으나 메달획득에 번번히 실패했다.그럼에도 지난해 2017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에서 여자1500m에 당당히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했다.

▲ 지난해 일본 홋카이도현 오비히로 오벌에서 열린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500m에 출전한 장수지.
▲ 지난해 일본 홋카이도현 오비히로 오벌에서 열린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500m에 출전한 장수지.
비록 메달권에서 멀어지며 좌절의 순간이 찾아왔지만 장수지는 선수생활을 포기하지 않았다.그러던 중 하계훈련을 위해 자주 타던 자전거가 눈에 들어왔다.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은 해외전지훈련을 나가지 않으면 대부분 여름철 허벅지 근력을 위해 자전거 훈련에 나선다.장수지도 근력과 체력을 기르기 위해 자주 자전거를 탔고 자전거 동호인 활동을 하기도 했다.이를 눈여겨보던 코치가 종목전향을 권유했다.

장수지는 “평소 자전거를 좋아했기도 했고 많은 고민이 있던 시기에 전향을 권유받아 결심이 서게 됐다”며 “빙상선수시절때도 근력 등에 자신이 있었고 자전거종목에서도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어 삿포로 아시안게임 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다”고 말했다.이어 “모든 종목이 힘들겠지만 제가 빙상선수였다보니 올 여름 무더위가 가장 견디기 힘들었다.특히 자전거는 스피드스케이팅보다 훈련량이 많은데 사상 최고 폭염까지 겹치니 문득 빙상장이 그리울때가 있다”고 웃어보였다.

타고난 운동선수답게 자전거에서도 금세 두각을 나타냈다.제98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자전거 여자일반부 4km단체추발 동메달,개인도로단체 은메달 등 국내 정상급 실력을 갖추기 시작했다.‘노력하는자에게 기회가 온다’는 말처럼 올해 장수지에게 뜻밖에 행운이 찾아왔다.자신의 실력을 점검하기 위해 출전했던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당당히 태극마크를 획득했다.현재는 진천선수촌에서 아시안게임 여자 단체추발 대표팀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장수지는 “처음에는 선발됐다는 소식에 어안이 벙벙했다.솔직히 전향한지 1년밖에 안돼 내심 포기했었는데 태극마크를 달게 돼 매우 기쁘다”며 “지금은 비록 후보선수라서 경기에 출전할지는 불투명하지만 아시안게임 국가대표가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벅차기만하다”고 말했다.

장수지는 지난해 1월에도 대한민국 선수단 결단식에 참석했고 지난달에도 결단식에서 선전을 다짐했다.동하계 종목차이만큼이나 장수지에게는 이번 결단식 분위기도 남달랐다.장수지는 “지난해 동계아시안게임때는 선수단 규모가 100여명(선수 142명)였는데다 개인종목에 출전하다보니 차분한 분위기였다”며 “이번 결단식은 선수단 규모가 800명(807명)이 넘다보니 시끌벅적하고 화기애애한것 같다.또 이번에는 단체종목이다보니 끈끈한 팀워크도 느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장수지의 다음 목표는 모든 스포츠선수들의 꿈의 무대인 ‘올림픽’이다.평창올림픽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2년뒤 열리는 2020 도쿄하계올림픽에서 당당하게 메달에 도전하겠다는 각오다.

장수지는 “2년이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꿈의 무대에 도전하는 저에게는 바로 코앞에 닥쳐온 커다란 숙제”라며 “올해는 뜻밖의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올림픽 선발전에서는 제 스스로 100% 만족할 수 있는 태극마크를 달고 싶다”고 말했다. 김호석 kimhs86@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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