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미 협상 '최대 우군' 확보…中, '중국 역할론' 적극 제기할 듯
동북아서 중국 영향력 차단하려는 美 반발 부를 수도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이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중국을 방문, 베이징의 국빈관 댜오위타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 5일 김 국무위원장과 시 국가주석이 지난달 베이징에서 가진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위해 전략적으로 협력키로 합의했으며 북미간 협상을 서두르지 않는 방침에도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이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중국을 방문, 베이징의 국빈관 댜오위타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 5일 김 국무위원장과 시 국가주석이 지난달 베이징에서 가진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위해 전략적으로 협력키로 합의했으며 북미간 협상을 서두르지 않는 방침에도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북한 방문이 가시화하면서 그의 방북이 이뤄질 경우 북미 비핵화 협상과 종전선언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싱가포르 매체인 스트레이츠타임스는 시 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에 따라 오는 9월 9일 북한 정권수립 7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18일 보도했다.

북·중 정상회담 준비 및 세부 일정 확정을 위해 약 30명 규모의 중국 정부 선발대가 먼저 평양에 입성해 북한과 협의를 진행 중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앞서 북한 여행사들은 북한 국내 상황 때문에 이달 11일부터 내달 5일까지 어떠한 단체여행도 중단하겠다고 중국여행사들에 통지해, 북한이 시 주석의 방북을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을 낳게 했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유엔 대북제재로 외화 부족에 시달리는 북한이 최대 성수기를 맞은 외국인 단체관광을 잠정 중단하는 등 '이상 징후'를 보이는 것은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다"라며 "언론 보도와 북한 내 상황 등 최근의 정세 변화로 미뤄 시 주석 방중설에 무게가 실린다"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은 "시 주석의 방북 시기가 9·9절 전후로 거론되는 것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이 조만간 이뤄질 가능성이 크고, 9월 3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뒀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을 찾는 것은 시 주석의 전임자이던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의 2005년 방북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다.

시 주석은 2012년 집권한 이후 한 차례도 북한을 방문한 적이 없다.

시 주석의 방북설은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싸고 한국과 북한, 미국, 중국 등 네 나라가 복잡한 셈법을 거듭하는 가운데 나와 더욱 관심을 집중시킨다.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과 6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졌지만, 이후 비핵화 협상은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우선하여 요구하는 미국과 종전선언에 먼저 응하라는 북한의 입장이 평행선을 그리면서 비핵화 협상은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 주석의 방북이 전격적으로 이뤄질 경우 비핵화 협상에는 어떤 형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비핵화 협상 등 한반도 문제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반영할 필요가 있고, 북한 역시 중국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시 주석의 방문을 원한다"고 전했다.

북한으로서는 시 주석이 방북할 경우 미국에 맞서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는 비핵화 협상에서 최대의 우군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에 이어 남북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에 연달아 나서며 비핵화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던 북한이 막상 협상이 시작된 후 강경한 태도로 미국에 맞설 수 있던 가장 큰 배경은 바로 중국이었다.

북한의 최대 교역국이자 '생명줄'인 원유를 공급하는 중국과의 관계가 올해 들어 빠르게 개선되면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정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중국 최고 지도자인 시 주석이 직접 북한을 방문할 경우 북한의 '뒷배'는 더욱 든든해지게 되고, 종전선언 등을 강력하게 제기하며 향후 협상에서 미국에 더욱 큰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시 주석의 방북이 이뤄진다면 북한 비핵화와 종전선언이 주요 이슈가 될 것"이라며 "북한은 미국과 두 가지 이슈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지지를 얻으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으로서는 비핵화 협상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미국에 맞서 '중국 역할론'을 강력하게 내세울 가능성이 있다.

지난 4월 판문점 선언 당시 종전선언의 당사자로 남북한과 미국만 언급되자 중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미국에 중국을 포함한 4자 종전선언을 제안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 처음부터 끝까지 관여하고 싶어한다"며 "특히 북한의 비핵화 과정은 매우 중요한 문제인 만큼 종전선언을 포함해 모든 과정에 빠지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들어 김정은 위원장을 중국으로 수차례 불러들여 북한의 '후원자'임을 과시한 중국은 이번 방북으로 북한과의 '혈맹 관계'를 강조하며 비핵화 협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모습을 보일 전망이다.

비핵화 협상의 당사자인 미국은 시 주석의 방북이 상당히 떨떠름하게 여겨질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북한의 강경한 태도로 비핵화 협상에 애를 먹는 상황에서 시 주석의 방북으로 북한의 '배짱'이 더욱 커진다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는 미국의 입장이 더욱 안 먹힐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트럼프 미 대통령은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중국이 비핵화 대화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중국 배후론' 발언을 수차례 하며 비핵화 협상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배제하려는 모습을 보여왔다.

동북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최대한 차단하려는 미국으로서는 중국과 갈수록 가까워지는 북한이 못마땅하게 여겨질 수 있으며, 이러한 미국의 반발은 향후 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리밍장 난양기술대 국제학 교수는 "북한과 중국이 더 가까워지는 것은 바로 미국 정부에 보내는 신호"라며 "북한의 비핵화에 어떤 중대한 돌파구라도 생기려면 미국이 중국의 더 강한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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