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범호의 '캡틴' 손흥민(토트넘)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금메달의 기쁨을 동료와 뜨겁게 성원해준 국내 축구팬들에게 돌렸다.
손흥민은 1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에서 일본과 연장 접전 끝에 2-1로 승리하고 난 뒤 취재진과 만나 "지금은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그저 힘들다는 생각만 든다. 아무래도 다른 선수보다 나이를 더 먹어서 그런 것 같다"며 여유 있는 농담을 던졌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3 축구대표팀은 일본과 대망의 결승전에서 연장전에 터진 이승우(엘라스 베로나)와 황희찬(함부르크)의 연속골이 터지면서 한국 축구 사상 첫 아시안게임 2연패를 달성했다.
"금메달은 국민의 것"이라고 강조한 손흥민은 이날 이승우와 황희찬의 골을 모두 돕는 '도움쇼'를 펼치면서 한국의 우승에 큰 힘을 보탰다.
다음은 손흥민과 일문일답.
-- 우승한 소감은.
▲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뻤다. 일단 응원해주신 많은 국민과 팀 동료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 금메달의 꿈이 이뤄졌는데.
▲ 솔직히 지금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그저 힘들다는 생각만 든다. 다른 선수보다 나이를 더 먹어서 그런 것 같다(웃음).
-- 종료 휘슬이 울렸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나.
▲ 순간적으로 우리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밖에 보이지 않았다. 선수들과 코치진들 모두에게 고맙기도 하면서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응원 와주신 교민들이 흔드는 많은 태극기를 보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마움과 감사함이 밀려왔다.
-- 연장전에 들어갈 때 선수들에게 어떤 얘기를 했나.
▲ 포기하지 말자고 했다. 우리가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를 잘 생각하라고 했다.
-- 후배들이 주장을 믿고 잘 따랐는데.
▲ 절대 주장으로서 나를 내세우지는 않았다. 그동안 제가 부족했는데도 후배들이 노력을 많이 해줘서 고맙다. 잔소리도 많이 하고 나쁜 소리도 했는데 후배들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이구나'하고 받아줘서 금메달 딸 수 있었다. 선수 모두 한마음으로 움직였다.
-- '김학범호'는 어떤 팀이라고 정의하고 싶나.
▲ 우리 팀은 '축구 잘하는 인성 좋은 팀'이다. 다들 착하고 축구에 대한 열망과 배고픔이 크다. 그런 마음이 커서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
손흥민 날아올라
손흥민 날아올라
(치비농[인도네시아]=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1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2-1로 승리하고 우승을 차지한 U-23 대표선수들이 주장 손흥민을 헹가래 치고 있다. 2018.9.2
seephoto@yna.co.kr
-- 금메달까지 오면서 가장 위기의 순간은.
▲ 말레이시아와 조별리그 2차전에서 1-2로 패했던 순간이다. 선수들이 많이 침체해 있었다. 다시 끌어올리는 데 노력을 많이 했다. 그런 것을 이겨내고 좋은 분위기를 타면서 좋은 성적을 냈다. 후배들이 고맙다.
-- 김학범 감독님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나.
▲ 부족한 저를 와일드카드로 뽑아주셨다. 좋은 선수들을 데리고 뛰어난 전술을 가동해 우리에게 좋은 선물을 주셔서 감사드린다.
-- 마지막 연장전 30분이 인생에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나.
▲ 아마 평생 잊을 수 없는 30분이 될 것 같다. 짧은 시간에 골도 넣고 실점도 했다. 축구는 짧은 시간에 많은 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제가 봤을 땐 유럽에서 통할 수 있는 선수가 많다. 두려워하지 말고 겁내지 말고 부딪혀 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금메달 땄다고 만족하지 말고 한국 축구를 위해 희생하라는 이야기도 했다.
-- '눈물 대신 웃겠다'고 이야기했는데.
▲ 사실 눈물이 조금 났다. 국민의 응원이 너무나 감사했다. 국민 덕분에 금메달을 땄다. 금메달은 제가 걸고 있지만 국민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 이승우의 득점에 도움을 줬는데
▲ 제가 드리블 하고 지나가는 데 (이)승우가 "나와! 나와!" 해서 빨리 비켜줬다. 승우가 슈팅하기에 더 좋은 위치에 있었다. 덕분에 내가 도움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