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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밑에 선 봉선화

남궁창성 2018년 09월 03일 월요일
▲ 남궁창성 서울본부장
▲ 남궁창성 서울본부장
울 밑에 선 봉선화다.요즘 정치1번지 여의도에서 우리 신세가 처량하다.구여권의 국회의원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강원 정치권은 유명무실하다.힘을 써야 할 집권 여당의 국회의원들은 선수(選數)가 깡패인 정치판에서 저만치 변두리로 밀려나 있다.여야를 떠나 강원도당을 자처해온 강원국회의원협의회는 녹슨 유물이 된지 오래다.

문제는 이 상황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다.지난 달 31일 황영철 의원이 정치자금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다.최종심을 남겨 두고 있지만 살아날 희망은 실낱같다.권성동 의원은 강원랜드 채용비리와 관련해 업무 방해와 제3자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지난 달 27일부터 재판 절차가 진행중이다.같은 혐의를 받는 염동열 의원도 오는 14일 재판이 예정돼 있다.황영철과 권성동 의원은 국회에서 정치력을 왕성하게 발휘할 수 있는 3선 국회의원이다.그동안 주요 상임위원회와 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도 해왔다.재선의 염동열 의원도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간사 등으로 뛰어왔다.하지만 지금은 모두 사법 당국의 담장 위를 위태롭게 오가는 곤궁한 처지다.

당사자 보다 더 딱한 사람들은 이들의 정치력에 삶을 의탁한 지역구 주민들이다.또 민선7기를 맞아 새롭게 일을 시작하는 시장·군수들이다.도내 18개 시·군 중 황영철과 염동열 의원이 책임지고 있는 지역구 시·군은 자그마치 10개다.하나같이 저출산 고령화로 소멸이 임박한 것으로 거명되는 시·군이다.

지난 달 13일 한왕기 평창군수가 서울에 왔다 기자를 찾았다.스스로 ‘시골 군수’라는 그가 취임 한달여 만에 서울로 뛰어 올라온 이유는 이랬다.“3수 끝에 올림픽을 유치해 성공적으로 개최했다는 얘기를 듣고 평창을 찾는 외국 손님들이 마주하는 것은 뜯겨져 나간 개·폐막식장 자리의 허허벌판뿐이다”고 했다.또 “어렵게 어렵게 군수에 당선돼 일을 시작했지만 이런 기막힌 사정을 어디에 하소연하고 손 내밀어 도움을 청할 곳이 없다”고 했다.한 군수는 이날 여의도와 서울정부청사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과 행정안전부 장관을 찾아 딱한 사정을 전하고 도움을 청했다.빈 들판에 홀로 선 한 군수의 고군분투가 결실을 거둘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화려했던 잔치가 끝난뒤 커져가는 상실감과 소외감을 딛고 지역의 이익을 대변하고 지켜낼 마지막 보루는 이제 최문순 도정뿐이다.역대 도정들은 ‘야당 도정’이라는 이유로 지역 현안이 겉돌면 가장 먼저 도출신 여당 국회의원들을 지목했다.또 “안 도와준다”면서 눈에 불을 켜기도 했다.하지만 지금은 민선자치 유사이래 명실상부한 첫 ‘여당 도정’이다.당장 내년도 국비 확보와 지방정부 단위의 일자리 창출 그리고 평창올림픽 사후관리와 남북관계 개선과정에서 강원도 몫 찾기 등 현안이 산더미다.중앙정부와 여의도에서 목청을 높일 수 있는 여당의 3선 도백이라지만 최문순 강원지사의 여윈 어깨가 힘겨워 보인다.

지난 달 30일 저녁 광화문에서 1983년 대학에 갔던 도출신의 50대 인사들이 자리를 같이 했다.재계,관계,정계,언론계 인사들이 추억을 공유하며 고향을 걱정하는 자리였다.그 자리에서 누군가가 13세기 징기스칸의 세계정복 당시 몽골 인구를 100만명이라고 소개하며 150만 ‘강원도의 굴기’를 기원했다.

강원도민들은 지난 20년간 올인했던 평창올림픽이 끝난뒤 새로운 비전을 갈구하고 있다.‘평화’나 ‘미래’ 등 정치수사가 아닌 최문순 도정과 도 정치권이 이제 도민들에게 제시해야 하는 청사진과 땟거리는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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