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보는 이산가족
회담 주요의제로 논의 예정
일회성 상봉행사 개최로는
이산가족 한풀이에 부족
실향민 “고향땅 밟아봤으면”

북녘에 가족과 삶의 터전을 두고 온 도내 이산가족들과 실향민들은 3차 남북정상회담에 거는 간절함이 그 어느때보다 크다.회담 주요 의제 중 하나로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방안’이 논의될 예정이기 때문이다.평안남도 순천이 고향인 이모(85·춘천)씨는 한국전쟁 당시 중공군의 개입으로 국군의 후퇴가 시작된 1951년 1월4일 피난길에서 가족들과 뿔뿔히 흩어졌다.그동안 이산가족 상봉을 계속 신청했지만 최종명단에는 단한번도 포함된 적이 없었다.

북에 있는 가족들의 생사를 파악할 길이 없던 이 할아버지는 ‘더이상 마음에 미련을 두지말자’는 심정으로 이산가족 상봉대상자 명단 제명을 요청하기도 했다.그는 “그동안 가족들을 가슴 속에 묻고 살았지만,현 정부 들어서 남북이 대화를 한다기에 조금이나마 희망이 생겼다”며 “남은 여생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도 좋지만 북에 있는 가족들과 자유롭게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조치가 이뤄지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고 희망했다.

우리나라 대표적 실향민촌인 속초 청호동 아바이마을에 거주하는 김진국(79)씨는 60여년 전에 자신이 살았던 고향 주소인 ‘함경남도 북청군 양화면 유호리 124번지’를 현재까지 또렷이 기억했다.김씨는 “전쟁이 끝나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간다고 이곳에 정착했는데,벌써 6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며 “이산가족 정기 상봉도 좋지만 우리같은 실향민들은 죽기 전에 고향 땅을 한번 밟아보는게 소원”이라고 안타까운 감정을 나타냈다.

실향민 2세인 채웅근(68·춘천) 이북5도민회 강원도연합회장은 “한번에 100명씩 만나는 일회성 상봉행사로는 이산가족의 한을 풀어주기에 턱 없이 부족하다”며 “큰 틀에서는 비핵화 등 문제가 잘 해결돼야 하지만 더 늦기전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이산가족들의 한을 풀어달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16년 6월을 기준으로 이미 세상을 뜬 이산가족이 생존자를 앞서기 시작해 이들이 북녘의 가족을 만날 수 있는 시간도 점점 촉박해지고 있다.지난달 기준 도내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는 3422명으로 2007년 8월(5489명)과 비교해 10년새 2067명이나 줄었다.

이종재 leejj@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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