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저 혼자 존재할 수 없다.사람이든 동물이든 누군가의 발길이 닿아야 생명을 얻는 존재다.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간 길에는 크고 작은 역사의 흔적이 남아있고 다양한 이야기가 떠돈다.제주 올레길을 비롯하여 지리산 둘레길·소백산 자락길·동해안 해파랑길·삼척 오랍드리 산소길 등 전국 곳곳에 길이 만들어지고 걷기 열풍이 21세기 새로운 문화트렌드로 자리잡은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라고 본다.
최근 강원도와 고성군은 진부령에서 백두산 장군봉까지 가는 719㎞의 ‘백두대간 평화 트레킹 로드’를 조성한다고 발표했다.남북 최초로 추진되는 이 길을 세계적인 친환경 트레킹 코스로 조성할 계획이라며 1단계 사업으로 10월 초 고성군 진부령 정상~향로봉 정상(왕복36㎞) 구간에서 ‘제1회 백두대간 민족평화 트레킹 대회’를 개최한다고 했다.그리고 매년 북쪽으로 코스를 확장하여 머지않은 장래에 백두산의 장군봉까지 가는 평화의 길을 완성하는데 총력을 다하겠다는 것이다.참으로 시의적절하고 민족사적으로나 관광수익 측면에서나 대단히 의미있는 사업이라 큰 박수를 보낸다.
장기적으로는 평화통일의 꿈길이고,당장은 온전한 백두대간 생태탐방길이 열리는 것이다.남쪽의 지리산 천왕봉에서 북쪽의 백두산 장군봉에 이르는 한반도의 등줄기인 백두대간을 종주할 수 있다니 이 얼마나 황홀한 일인가.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백두대간 종주를 꿈꾼다.연간 1만 명 이상이 백두대간 코스를 걷고,중국을 통해 백두산을 만나고 오는 실정이다.이런 상황에서 북측의 백두대간 길이 열린다면 국내외 산악인을 비롯해 많은 도보여행자와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대한민국 길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되리라 기대한다.
모든 길은 길로 이어지고 교차한다.길은 다른 길과 만날 때 그 생명력이 길어지고 가치가 증대된다.그것이 백두대간의 남쪽 길이 북쪽의 길과 만나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그리고 길은 자연생태를 잘 보존하는 것이 기본이다.강원도에서 남북 백두대간 공동 생태조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하니 무척 다행스럽다.또 하나 염려되는 것은 단기간의 성과내기에 집착하여 길 코스조성 및 주변의 휴게·편의시설 건립 등에 있어서의 졸속주의이다.한 번 완성되면 제대로 바로 잡기 어렵다.고치는 것이 새로 만드는 것보다 힘들다고 하지 않는가.시간이 걸리더라도 관련 전문가들과 충분히 협의하여 추진하길 당부한다.국민들 뿐 아니라 지구촌의 여행가족들이 평화 트레킹 로드로 백두산에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