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수 환동해학회장
▲ 김태수 환동해학회장
‘길’이라는 단어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사람이나 동물 또는 자동차 등의 교통수단이 지나갈 수 있게 땅 위에 낸 일정한 너비의 공간이라는 물리적인 개념과 함께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개인의 삶이나 사회적·역사적 발전 따위가 전개되는 과정,사람이 삶을 살아가거나 사회가 발전해 가는데 지향하는 방향이나 지침,어떤 자격이나 신분으로서 주어진 도리나 임무라는 추상적인 개념까지 길의 범주에 들어간다.이러한 복합성으로 인해 사람이 걸어가는 단순한 길이라 해도 삶의 철학 같은 추상적 요소가 담길 수밖에 없다.

길은 저 혼자 존재할 수 없다.사람이든 동물이든 누군가의 발길이 닿아야 생명을 얻는 존재다.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간 길에는 크고 작은 역사의 흔적이 남아있고 다양한 이야기가 떠돈다.제주 올레길을 비롯하여 지리산 둘레길·소백산 자락길·동해안 해파랑길·삼척 오랍드리 산소길 등 전국 곳곳에 길이 만들어지고 걷기 열풍이 21세기 새로운 문화트렌드로 자리잡은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라고 본다.

최근 강원도와 고성군은 진부령에서 백두산 장군봉까지 가는 719㎞의 ‘백두대간 평화 트레킹 로드’를 조성한다고 발표했다.남북 최초로 추진되는 이 길을 세계적인 친환경 트레킹 코스로 조성할 계획이라며 1단계 사업으로 10월 초 고성군 진부령 정상~향로봉 정상(왕복36㎞) 구간에서 ‘제1회 백두대간 민족평화 트레킹 대회’를 개최한다고 했다.그리고 매년 북쪽으로 코스를 확장하여 머지않은 장래에 백두산의 장군봉까지 가는 평화의 길을 완성하는데 총력을 다하겠다는 것이다.참으로 시의적절하고 민족사적으로나 관광수익 측면에서나 대단히 의미있는 사업이라 큰 박수를 보낸다.

장기적으로는 평화통일의 꿈길이고,당장은 온전한 백두대간 생태탐방길이 열리는 것이다.남쪽의 지리산 천왕봉에서 북쪽의 백두산 장군봉에 이르는 한반도의 등줄기인 백두대간을 종주할 수 있다니 이 얼마나 황홀한 일인가.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백두대간 종주를 꿈꾼다.연간 1만 명 이상이 백두대간 코스를 걷고,중국을 통해 백두산을 만나고 오는 실정이다.이런 상황에서 북측의 백두대간 길이 열린다면 국내외 산악인을 비롯해 많은 도보여행자와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대한민국 길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되리라 기대한다.

모든 길은 길로 이어지고 교차한다.길은 다른 길과 만날 때 그 생명력이 길어지고 가치가 증대된다.그것이 백두대간의 남쪽 길이 북쪽의 길과 만나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그리고 길은 자연생태를 잘 보존하는 것이 기본이다.강원도에서 남북 백두대간 공동 생태조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하니 무척 다행스럽다.또 하나 염려되는 것은 단기간의 성과내기에 집착하여 길 코스조성 및 주변의 휴게·편의시설 건립 등에 있어서의 졸속주의이다.한 번 완성되면 제대로 바로 잡기 어렵다.고치는 것이 새로 만드는 것보다 힘들다고 하지 않는가.시간이 걸리더라도 관련 전문가들과 충분히 협의하여 추진하길 당부한다.국민들 뿐 아니라 지구촌의 여행가족들이 평화 트레킹 로드로 백두산에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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