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 3일 앞으로 다가왔다.이쯤 되면 누구나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줄 추석 선물을 생각한다.추석 선물은 감사한 분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마음의 정표다.최고의 추석 선물은 시대별로 차이가 있었다.1950년대는 달걀과 밀가루,1960년대는 설탕이 최고의 선물이었다고 한다.먹고살기 힘든 시기인 만큼 식료품이 인기를 끌었다.1970년대는 커피세트·화장품,1980년대는 고급 양주·갈비 세트,1990년대는 자연산 식품과 백화점 상품권,2000년대는 건강식품,2010년대는 실속있는 선물로 변했다. 그래도 시대를 초월한 최고의 추석 선물은 현금이다. 최근 한 유아용품 회사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부모가 원하는 최고의 추석 선물로 현금이 많았다고 한다.

직장인과 공무원들에게 추석 선물은 단순히 고마움을 전하는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추석 선물은 인간관계를 연결해 준다.일부는 추석 선물을 자신의 이익과 욕심을 채우려고 고가의 선물과 현금을 주다가 뒤탈이 나곤 한다.공무원들의 추석 선물은 사람보고 주는 것이 아니라 자리 보고 주는 거라 조심해야 한다. 2016년 9월부터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이 시행되면서 공직자 등에게는 5만 원 이하의 선물로 한정했다.그러자 농수산업 관계자들이 “농축수산업 기반이 무너진다”며 거세게 항의해 올해 초 김영란법이 개정돼 올 추석 때부터 농수산물과 농수산 가공품 선물이 10만 원으로 상향됐다.다만 농수산 가공품 원재료 비율이 50%를 넘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과일음료와 인삼 등 가공제품을 선물할 때 원재료 비율을 꼭 확인해야 한다. 추석 선물 고르기 참 어렵다.

올해 추석 최고의 선물은 지난 19일 남북 정상이 합의한 평양 공동선언인 것 같다.이번 평양 공동선언은 한반도가 전쟁과 핵 없는 땅으로 약속해 사실상 종전선언으로 평가받고 있다.금강산에 이산가족 상설면회소가 개소되고,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고,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만든다는 합의들이 실현된다면,국민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추석 선물은 없을 것이다.하지만 너무 좋은 선물을 받으면 혹시 잘못 온 거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듯이,이번 합의가 정말로 실현될까 하는 의심이 드는 건 지나친 고민일까.

권재혁 논설위원 kwonjh@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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