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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규모 어촌의 고민

최동열 2018년 10월 19일 금요일
▲ 최동열 강릉본사 취재국장
▲ 최동열 강릉본사 취재국장
최근 일본 어촌을 다녀왔다.일본 남부 ‘와카야마(和歌山)현과 도쿠시마(德島)현’ 어촌들을 둘러보기 위해 며칠간 1000㎞가 넘는 길을 달렸다.

거기서 참 ‘이상한’ 마을을 만났다.도쿠시마현의 미나미(美波) 초(町)에 있는 ‘이자리(伊座利)’마을.

전체 주민이 100명에 불과한 초미니 어촌이다.마을은 ‘육지 속의 섬’ 이었다.마을을 만나려면 첩첩산중 고갯길을 10여㎞나 구불구불 넘어가야 했다.산간 고갯길이 많은 강원도에서 생활하는 기자 조차도 “뭐 이런 곳에 마을이 있나” 하고 가는 길 내내 의문을 품을 정도로 외딴 바닷가였다.

그런데 기자의 의문은 곧 놀라움으로 바뀌었다.마을에 초·중학교가 있다.주민이 100명 밖에 안되는 어촌에 중학교가 있다는 것이 가능한가.처음에는 믿기지 않았으나 마을의 인구 구성을 보고 놀라움은 더욱 커졌다.전체 주민 가운데 어린이와 청소년이 30명이나 됐다.비율로 따지면 30%나 된다.이러니 학교가 존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학교는 주민들의 마지막 보루다.2000년대들어 고령화·저출산이 쓰나미 처럼 덮치는 와중에 어린이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격감하자 주민들은 큰 위기감을 느꼈다.학교가 없어지면 다음 차례는 마을이라고 생각한 주민들은 ‘학교의 불을 끄지 말자’는 슬로건 아래 외부인 영입 노력을 전개했다.어촌유학 프로그램과 해녀(남) 학교를 운영하면서 수개월 또는 1∼2년 단기 유학에서부터 영주까지,이주민 유치 노력을 전개한 결과 지난 십수년간 100명이 넘는 유학생을 받아들이는 고무적 결과를 이끌어냈다.어부나 해녀가 되려는 사람,시골 어촌의 독특한 유대 및 커뮤니티 교육에 흥미를 느낀 사람들이 자녀와 함께 마을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전국에서 이자리 마을을 성원하는 응원단도 생겨났다.현재 1000여명에 달하는 ‘’이자리 마을 응원단’이 어촌체험 프로그램을 공유하면서 특산품 구매와 마을 홍보 등의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여전히 마을의 미래에 대한 걱정을 떨치지 못한다.10년,20년 뒤에도 이자리 마을이 존재할 수 있겠냐고 묻자 주민들 입에서 “불투명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마을 공동체의 존립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일본 내 저출산,고령화의 그늘이 워낙 짙다는 것이다.

인구와 어족자원 감소는 지금 일본 어촌의 공통된 고민거리다.도쿠시마현은 “도쿠시마에서 어부가 되자”는 포스터를 내걸고 어촌인구 유입 지원책을 펴고있다.와카야마현 수산 관계자는 “30년 전인 1986년에 8만5000t에 달했던 현의 어획량이 지난 2016년 기준 2만4600t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이자리 마을의 사례는 지리적으로 더욱 고립된 일본의 벽지 어촌 주민들이 마을의 존립을 위해 펼치는 일종의 몸부림일 수도 있다.그런데 그것이 바다 건너 딴나라 얘기일까.우리 동해안에도 관광어촌 등으로 몇몇 세칭 잘나가는 어촌을 제외하고 상당수 소규모 어촌이 앞으로 소멸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명태에 이어 오징어까지 구경이 어려울 정도로 어족자원이 감소하고 있기에 고민은 더 깊어진다.마을자원을 활용한 특화 관광발전책,어촌의 환경 및 전통 보전,주민참여형 소득사업 창출 노력이 어느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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