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매거진 OFF] 원주 3대 폐사지 기행
고려시대 중흥 ‘거돈사지’
1000년 수령 느티나무 눈길
지광국사 출가지 ‘법천사지’
절터 규모 위세 짐작하게 해
진공대사 기리는 ‘흥법사지’
귀부·이수 형태만 남은 탑비

남한강변을 따라 걷다보면 이제는 쓸쓸히 터만 남은 천년고찰 법천사지(法泉寺址)와 거돈사지(居頓寺址),흥법사지(興法寺址)가 모습을 드러낸다.불교문화의 긴 역사를 보여주고 다 알려지지 못한 민족의 아픔까지 말해주는 고찰 옛 터에서 이들의 찬란했던 시절을 만나본다.

▲ 지난 2007년 거돈사지 원공국사탑이 새로 세워졌다.본래의 탑은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돼있다.
▲ 1)지난 2007년 거돈사지 원공국사탑이 새로 세워졌다.본래의 탑은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돼있다. 2)광활한 옛 절터가 당시 사찰의 규모를 짐작하게 한다.
# 천년고찰 불교문화 유적지, 사적 제168호 원주 거돈사지

원주시 부론면 정산리 입구에서 시골길을 따라 한참을 가다보면 불교문화 유적지 거돈사지가 등장한다.신라 후기인 9세기경 처음 지어져 고려시대 화려한 꽃을 피우다 임진왜란 때 전화를 입고 폐사된 것으로 알려지는 거돈사.사적 제168호인 이곳은 절터 삼면이 낮은 야산에 둘러싸인 형상으로 1000년 수령의 느티나무 한 그루가 인상깊은 곳이기도 하다.터 안으로 들어서면 곳곳에 놓인 수많은 주춧돌과 돌계단이 한 때 이곳이 제법 큰 사찰이었음을 짐작하게 한다.그리고 눈에 띄는 나지막한 삼층석탑.보물 제750호인 거돈사지 삼층석탑은 돌지붕 처마 끝이 살짝 들린 형상으로 돌로 된 축대 안에 흙을 쌓고 그 위에 탑을 세운 점이 특징이다.석탑을 둘러본 후에는 사찰 뒤편 언덕을 올라보자.그 옛날 불상을 모시던 사찰의 중심 금당터를 비롯해 경전을 강의하던 강당터를 만나고 맨 뒤쪽으로 향하면 보물 190호 원공국사탑이 모습을 드러낸다.아쉽게도 이곳에서 천년을 지낸 본래 탑은 일제강점기 때 서울로 옮겨져 지금은 국립중앙박물관에 머물고 있다.

▲ 3.국보 제59호 법천사지 지광국사현묘탑비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4.법천사지 전경.드넓은 절터로 보아 한 때 절의 위세가 상당했음을 알 수 있다.
▲ 3)국보 제59호 법천사지 지광국사현묘탑비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4)법천사지 전경.드넓은 절터로 보아 한 때 절의 위세가 상당했음을 알 수 있다.

# 진리가 샘물처럼 솟는다는 법천사지

거돈사지를 지나 남한강변을 따라 걷다보면 또 다른 폐사지 법천사지가 고찰의 흔적을 드러낸다.마을 뒤편 당간지주에서부터 법당터까지의 거리가 600m가 넘는 것으로 보아 한창 번성했을때 절의 위세가 얼마나 컸을지 짐작할 수 있다.통일신라 성덕왕 때 창건돼 고려시대 고승 지광국사가 출가하고 열반에 든 사찰 법천사..

절터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국보 제59호 지광국사현묘탑비가 모습을 드러낸다.천년동안 법천사지를 지키던 지광국사탑은 일제강점기 반출돼 이 또한 국립중앙박물관에 머물고 있다.홀로 남은 탑비의 앞면에는 스님의 이름이 원해린(元海麟)인 것과 16세에 스님이 돼 84세를 일기로 이곳 법천사에서 생을 마감한 사실이 기록돼있다.뒷면에는 1370여명의 제자들 이름이 기록돼있다.당시 조각예술의 수준을 그대로 담아내는 듯한 탑비의 연꽃과 구름,용 등 문양감상도 폐사지 기행에서 놓칠 수 없는 관람포인트다.

▲ 5)흥법사지에 신라말 고승인 진공대사의 공을 기리기 위해 탑비와 탑이 세워졌지만 지금은 이 역시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중이다.6)원주 3대 폐사지 중 유난히 인적이 드문 흥법사지.
▲ 5)흥법사지에 신라말 고승인 진공대사의 공을 기리기 위해 탑비와 탑이 세워졌지만 지금은 이 역시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중이다.6)원주 3대 폐사지 중 유난히 인적이 드문 흥법사지.
# 강원도 문화재자료 제45호 흥법사지

마지막으로 원주 3대 폐사지 중 하나인 흥법사지.이곳 역시 황량한 절터에 탑비 일부만이 덩그러니 남아있다.신라말 고승인 진공대사의 업적과 공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진공대사탑과 탑비는 국립중앙박물관에 속해있다.다른 폐사지에 비해 유난히 인적이 드문 흥법사지.그래서일까.탑비의 일부인 귀부와 이수의 형태가 잘 유지돼 있어 다행이면서도 한편 천년을 홀로 지내온 세월이 가엾기도 하다.

가을이 가기 전 천년고찰의 신비를 잘 간직한 원주 3대 옛 절터로 불교역사기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그곳에서 고찰들의 찬란한 역사를 만나고 이 가을을 만나보자. 남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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