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동북아 지방정부 지사·성장회의 공동선언 채택 의미

남북관계의 개선과 더불어 환동해권 지방정부간의 협력 움직임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한반도와 동북아 질서에 거대한 전환이 이뤄지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아직 그 전도를 확언하기는 어렵지만,이미 큰 흐름이 바뀌고 새로운 관성(慣性)을 얻어가고 있다는 점은 그래도 긍정의 전망을 하게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여전히 남북 간의 관계개선 속도에 대한 이견이 있고,북미 간에도 조율되지 않은 이해관계가 곳곳에서 상충하고 있는 것은 현실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목하는 것은 방향성이다.

이런 점에서 지난 30일 러시아 연해주에서 열린 제23회 동북아지방정부 지사·성장회의를 눈여겨보지 않을 수 없다.강원도와 중국 길림성,일본 돗토리현,러시아 연해주,몽골 튜브도는 지난 20여 년 이상 정례회의를 통해 환동권 지방자치단체간의 협력과 연대 방안을 논의해 왔다.그동안 이 모임은 구체적인 협력 모델을 발굴하고 관계를 진전시키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으나 국가 간의 외교와는 다른 차원의 역내 정세 안정과 이해와 정서를 공유하는 역할을 해왔음을 간과하기 어렵다.지리적으로 인접하고 정치·경제·문화적으로 공존의 틀을 만들어야하는 것이 한반도를 중핵으로 한 동북아의 숙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남북관계의 변화는 필연적으로 동북아 주변국의 이해와 맞물릴 수밖에 없다.이번 동북아 지사·성장회담에서도 이런 기류가 반영된 것은 당연하지만 고무적인 일이라고 하겠다.이번 회담에서 강원도 정만호 경제부지사와 러시아 연해주 보그다넨코 콘스탄틴 부지사,중국 길림성 장쥔하이 성장,일본 돗토리현 노가와 사토시 부지사,몽골 튜브도 직지드 바트자르갈 지사는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교통망 확충,경제특구 조성,각종 국제행사 협력을 약속하는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물론 여전히 선언에 지나지 않지만 남북 및 북미관계의 진전에 따라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환동해권 지방정부의 관계 재조정과 준비의 의미가 가볍지 않다고 본다.지난 2014년 이후 중단된 속초~자루비로~훈춘을 잇는 북방항로의 재개와 일본 사카이미나토~동해~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해운항로를 훈춘까지 연장키로 한 것이 그렇다.환동해권 자치단체가 남북 및 북미관계 정상이후를 대비한 새로운 역할에 주목하고 전향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다.이번 동북아 지방정부 지사·성장회의는 이런 점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가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밖으로 담대하게 미래를 내다보고 안으로 철저하게 준비해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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