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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삼네스의 가죽

심재범 2018년 11월 02일 금요일
▲ 심재범 변호사
▲ 심재범 변호사
재판의 공정성과 독립성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매우 중요한 가치인 것으로 보인다.기원전 6세기 페르시아 제국의 재판관인 시삼네스는 뇌물을 받고 공정성을 그르친 판결을 했다.황제였던 캄비세스는 이러한 사실을 알고 크게 분노하였고 시삼네스의 가죽을 벗겨 죽이고 그 가죽으로 소파를 만들라는 명을 내렸다.이후 캄비세스는 시삼네스의 아들인 오타네스를 후임 재판관으로 임명해서 자신의 아버지의 가죽으로 만들어진 소파에 앉아 재판을 진행하게 했다.캄비세스는 재판의 공정성의 가치를 일깨워주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며칠 전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일본은 태평양전쟁을 치르면서 군수물자 생산을 위한 노동력이 부족하게 되자 ‘국가총동원법’,‘조선인 내지이입 알선 요강’ 등을 제정·실시,한반도 각 지역에서 관(官) 알선을 통해 인력을 모집했으며 1944년 10월쯤부터는 ‘국민징용령’에 의해 일반 한국인에 대한 징용을 실시했다.

기술습득과 취업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약속과 달리 피해자들은 임금은 물론 식사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한 채 고된 노역에 시달려야 했다.이에 피해자들은 2005년 2월 28일 일본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고 이번에 원고 승소판결이 확정된 것이다.

일본 정부와 기업들은 1951년 체결된 샌프란시스코 조약,1965년 체결된 ‘대한민국과 일본국간의 기본관계에 관한 조약’과 그 부속협정인 ‘대한민국과 일본국간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을 근거로 내세우며 배상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일본 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인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에 대한 위자료청구권을 인정했다.

청구권협정은 일본의 불법적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기 위한 협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고 기본적으로 샌프란시스코 조약 제4조에 근거해 한일 양국 간의 재정적·민사적채권·채무관계를 정치적 합의에 의해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고 강제동원에 따른 위자료청구권까지 포함된 것은 아니라고 판시했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2005년 2월28일 소송을 시작했다.1,2심에서 패소를 했지만 2012년 5월24일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되었다.

이후 6년 이상이 더 흘렀다.정부 인사들과 강제동원 사건에 대해 논의를 했던지,윤병세 장관이 피고 측을 대리하던 로펌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던지,정부와 법원 간 고의로 소송지연을 위한 거래가 있었든지 간에 결과적으로 피해자들은 대부분 한을 풀지 못하고 사망했다.이제 그 억울함을 누가 풀 수 있단 말인가.

필자는 단언컨대 거의 모든 법관들은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하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다.하지만 몇몇 인사의 부적절한 처사로 국민이 사법부를 불신할까 매우 우려스럽다.사법부는 국민이 의지하는 마지막 보루이고,그 신뢰는 국가존립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현재 수사기관에서 사법농단이라는 명명하에 수사를 진행중이다.만시지탄이기는 하지만 사법부의 국민적 신뢰를 회복할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 속에서 또 다른 의미의 간섭은 없어야 하고,최대한 사법부의 독립성을 조금도 훼손되지 말아야 한다.국민은 사법부가 시삼네스의 가죽으로 만든 소파에 앉아 법과 양심에 따라 공정한 재판을 하고 있다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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