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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산책] 향로봉 18㎞, 가는데 걸린 시간

최삼경 2018년 11월 02일 금요일
▲ 최삼경 작가
▲ 최삼경 작가
얼마 전 향로봉을 다녀왔다.진부령에서 향로봉까지 18㎞,왕복 36㎞.6·25 전쟁 이후 산행을 목적으로는 처음 열린 길이다.그러니까 65년만이다.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1625㎞ 중 아주 짧은 거리이다.최근의 남북교류에 탄력을 더하고자 열린 걷기 대회인데 관계 단체의 홈피를 통해 행사가 공고되자마자 30분 만에 완판이 되었다고 한다.대부분이 대간꾼들로 남한의 최북단을 걸어 백두대간을 완성해 보고자 하는 열기가 당일 아침에도 훈훈하였다.멀리 부산,거제,부안,제천 등 전국 각지에서 당도한 참가자들은 매서운 날씨에도 시종 파이팅이 넘쳤다.

내심 기대했던 단풍은 길 초입에나 있을 뿐 나무들은 본격적인 겨울채비에 나선 모습이다.더구나 전날 10㎝정도 내린 눈으로 길은 군데군데 얼고 미끄러웠다.중요한 군사 요충지인 향로봉 가는 길은 군용처럼 멋대가리가 적었다.그렇지만,남쪽 백두대간 길을 완성한다는 것과 미답의 길을 간다는 설렘 때문인지 사람들의 이야기와 웃음소리가 떠들썩하다.아마도 이 길에서 이렇게 마음 놓은 웃음도 65년만의 일이 될 것이다.그렇거나 말거나 초겨울의 길에서 보이는 풍광은 늠름하였다.아래로는 설악산,점봉산의 머리끝이 웅장하고 동으로는 동해바다가 흰 포말 같은 수평선을 넓게 펼쳐놓았고,북으로는 눈 덮인 금강산의 일만 이천 봉우리가 무슨 선사들처럼 고결하였다.

십여 년 전,듬성듬성 빼먹긴 했어도 백두대간을 종주했다는 자부심이 나에게도 이 행사의 참여를 독려한 셈인데 실제는 힘들었다.초반의 급경사 오르막은 기대감에 올려쳤으나 굽이마다 되풀이되는 풍광은 끝이 없는 미로에 놓인 느낌이었다.길가 이름 모를 풀대에는 간밤의 눈발이 화살촉처럼 뭉쳐 있었고 7,8부 능선에는 자작나무와 팽나무들이 억세고 완강한 사내들처럼 버티고 있었다.거친 바람에 꺾이고 뒤틀린 줄기를 옹이처럼 달고 있는 모습이 어쩐지 우리네 사는 모습을 떠올리게 하였다.그러고 보면,우리는 또 얼마나 삭풍에 노출돼 있는 것인지.노년들은 긴 수명에 노후가 걱정되고,청년들은 일자리가 당면의 목표가 되고,중년들은 중년들대로 걱정이 오만가지다.여기에다 보수,진보니 사법농단이니 갑질이니 부동산이니 해서 배가 산으로 가는지 들로 가는지 모를 형국이다.문제는 각자의 입장차이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날카로워진다는 것이다.

왜 우리 경제는 매번 이렇게 힘들고 어려울까.왜 무릎은 내리막 경사일수록 더 아플까.그러다 문득 이제 거의 다 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새벽 바로 전의 어둠이 가장 짙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이 모든 혼란과 난맥의 기원이 오로지 분단이라는 것은 아니지만,해방공간이후 남북 간의 전쟁과 그 이후의 권력이 폭력을 정당화해준 것도 명백한 사실이다.우리는 이제 오랜 폭력과 비상식을 바로 잡는 시점에 와있다.진영논리와 이념 과잉의 배후가 분단이라면 우리는 이제 이 비정상을 끝내야 할 것이다.분단극복이 살길이 될 것이다.어느 새 어둑해진 하산 길,멀리 보이는 민가의 굴뚝연기를 보며 무릎에는 슬몃 힘이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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