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전국제패 자신감 발판 ‘강원의 끈기’ 세계 알리고파”

한국마라톤은 그동안 1992년 제25회 바르셀로나 올림픽 남자 마라톤 금메달의 황영조와 1996년 제26회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 이봉주 이후로 스타급 선수의 계보가 끊기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이 고비를 뛰어넘기 위해 황종필과 안별이 나섰다.

▲ 전국체육대회에서 남녀동반 마라톤 우승을 한 강원도청 소속 황종필(사진 왼쪽)·안별 선수가 강원체고에서 몸을 풀고 있다. 서영

강원도청 소속 안별 대회신기록

황종필 함께 정상 ‘마라톤 겹경사’

1년 340일 이상 훈련·대회 일정

내년 국제마라톤 동반우승 목표

안 “2020도쿄올림픽 출전 노력”

황 “한국 신기록 경신 위해 혼신”


여자 마라톤은 지난 3월 서울 국제 마라톤 대회(제89회 동아 마라톤 대회)에서 김도연이 2시간25분41초의 기록으로 21년 만에 한국 여자 마라톤 신기록을 세울 정도로 침체기를 걷고 있다.남자 마라톤도 2000년 이봉주가 2시간7분20초의 기록을 세운 것을 끝으로 18년째 깨지지 않고 있다.이봉주가 은퇴한 2009년 이후엔 2시간8분대 기록도 나온 적이 없다.마라톤의 암흑기에 빠진 한국마라톤을 이끌 새로운 스타로 떠오른 안별·황종필은 2020도쿄올림픽 메달진입을 목표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지난 14일 전북 익산 일대에서 열린 제99회 전국체전 여자 일반부 마라톤 대회에 출전한 안별은 2시간36분26초을 기록하며 대회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안별은 2위 박호선(경기)을 6분 이상 따돌리며 한국 마라톤 최강자임을 증명했다.안별은 “매번 경기 때마다 우승후보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러웠다”며 “이번 전국체전에서 고등학교 2학년 이후로 처음 금메달을 따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이번 대회 남자일반부에서도 황종필이 2시간23분00초의 기록으로 정상에 올라 강원마라톤의 겹경사를 맞았다.

황종필은 당시 대회초반부터 10여명의 선수들이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치열한 순위다툼을 벌여 그 누구도 우승을 장담하지 못했다.이 상황에서 황종필은 마지막 한 바퀴 결승점을 앞두고 투혼을 발휘,2위 이장군(충북)을 6초 차이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이날 황종필은 마라톤에서 28㎞쯤 접어들면서 잠시 화장실을 갔다오는 해프닝도 있었다.황종필은 “이날 긴장해서인지 화장실을 급하게 가게됐다”며 “화장실만 아니었어도 더 좋은 기록이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웃었다.

강원육상이 한국을 대표하는 남녀마라토너를 동시에 배출하기 쉽지 않았다.안별은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가 육상을 하지 말라며 스파이크 운동화를 감춰놓을 정도로 반대가 심했다.2년 전에는 훈련 중 오른쪽 발바닥 통증으로 주상골을 떼어내는 수술을 받기도 했다.고교 시절에도 왼쪽 주상골을 떼어내면서 선수생활의 위기를 맞은 터라 이번 전국체전 금메달은 남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황종필(사진 왼쪽)과 안별(사진 오른쪽)
황종필(사진 왼쪽)과 안별(사진 오른쪽)
그는 “나는 운동장을 10바퀴,20바퀴 뛰는 게 좋다”며 “남들과 다르게 달릴 때 별로 숨이 차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로 마라톤을 즐기는 스타일이다.

남자마라톤의 황태자,황종필은 초등학교 5학년 떼 육상대회에서 3위를 기록하면서 육상과 연을 맺은 이후 중·고교 시절과 대학교를 거치면서 한국 육상의 기대주로 주목을 받고 있다.하지만 반복되는 부상스트레스가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병역문제 역시 선수생활을 연장하는데 큰 고비로 작용하고 있다.현재의 기량을 유지하기 위해 국군체육부대 입단과 함께 2020년 도쿄올림픽 참가를 목표로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안별과 황종필은 한해동안 20일 정도의 휴가를 제외하면 남은 340여 일을 전지훈련과 대회 일정으로 빠듯하게 움직인다.이들은 1월 초부터 2말까지 중국 쿤민의 해발 1800m 고지대 훈련을 시작으로 3월 한국에서 가장 큰 대회인 서울마라톤대회를 참가,기량을 점검한다.이어 5월부터 다시 운동을 시작해 6월까지 태백선수촌에서 훈련을 하다 7월 말부터 한 달간 미국 덴버에 있는 1600m 고지대 훈련을 진행한다.

9월에는 중국 쿤밍을 다시 한번 갔다가 10월 전국체전에서 우승을 향해 달리는 일정을 소화한다.이달말부터 1월초까지는 일본 도코노시마로 원정훈련을 떠날 예정이다.

해외 전지훈련이 없을 때면 매일 오전 5시 30분에 일어나 조깅으로 하루 일과를 함께 시작한다.오후에는 늦은 점심을 먹고 10㎞ 가량 떨어진 강원체고까지 뛰어 다시 훈련에 매진한다.3시간 가량 근력운동을 혼합한 훈련으로 구슬땀이 온 몸을 적실때쯤이면 하루일과가 마무리된다.황종필과 안별은 이번 전국체전에 이어 내년 서울국제마라톤 대회(동아 마라톤 대회)에서도 동반우승을 목표로 운동화 끈을 조여매고 있다.

안별은 오래도록 마라톤 선수로 활약하는 게 목표다.안별은 “그동안 뒷바라지해 준 부모님이 있었기에 금메달을 걸 수 있었다”고 거듭 강조하며 “코앞으로 다가온 2020년 도쿄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기량을 더 끌어올리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마라톤에 큰 족적을 남기고 싶다는 황종필도 “이번 전국체전 우승을 하면서 자신감을 갖게 됐다”며 “한국 신기록 경신을 목표로 혼신의 힘을 다해 뛰겠다”고 말했다. 한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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