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궁창성 서울본부장
▲ 남궁창성 서울본부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앞날은 더 이상 꽃길이 아니다.그동안 청와대 보좌관,주미대사관 공사,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청와대 비서관,차관,장관 등 영광의 연속이었다.이제 지위는 경제관료로서 갈 수 있는 최정점까지 올랐다.그는 이제 홀로 시험대에 섰다.그에게 ‘경제사령탑’이라는 화려한 수사가 따라 붙지만 대내외 경제상황과 정무환경은 사령관으로서 기획하고 지휘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전임자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당면해야 했던 고민과 숙제는 오히려 더 깊어지고 더 늘어났다.그 십자가는 온전히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짊어지고 가야 한다.오랜 시간 그를 곁에서 지켜본 고향 후배지만 마음 편히 축하 인사를 건넬 수 없는 이유다.

김동연 부총리는 줄곧 경제와 정치 사이에서 고민해왔다.시장을 지키려다 이념을 강조하는 정권에 의해 결국 경질됐다는 분석이다.그는 지난 7일 국회에서 “경제가 지금 위기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지만 어떻게 보면 경제에 관한 ‘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인지도 모르겠다”고 진단했다.이 발언이 파장을 낳자 이런 말도 했다.“정치적 조정을 잘해줘야 한다는 취지였다.경제에서만큼은 여야 간에 여러 이념논쟁에서 벗어나 과감하게 책임있는 결정이 따랐으면 좋겠다는 뜻을 말씀드렸던 것”이라고 부연했다.기자는 김동연 부총리 발언의 행간을 이렇게 해석하고 있다.‘시장을 무시하고 이념과 정치로 경제를 재단한 결과가 오늘날 위기의 본질이다.’

2013년 2월초 충북 음성이 고향인 김동연 당시 기획재정부 제2차관이 춘천 동산중을 찾았다.시골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달라는 한 선생님의 특강요청 편지를 받고 2012년 6월 처음 다녀간후 다시 찾은 것이다.전교생이 21명인 농촌마을 중학교 학생들.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집안이 어려워 상업고에 진학해야 했던 청년 김동연.그는 고교 졸업후 낮에는 은행에서 일하고 밤에는 야간대에서 공부해 행정고시에 합격했다.가난과 시련을 딛고 일어선 그의 삶은 어린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이었다.그는 후배들에게 “지금의 어려움을 원망하지 말고 더 큰 꿈을 가져 달라”고 응원했다.그리고 ‘노인과 바다’ 등 책을 선물하며 용기를 불어 넣어주고 격려했다.상고를 다니며 어린 나이에 상인적 현실감각을 익히고 공직자로서 평생 시장을 지켜보며 예산과 금융을 다뤘던 그에게 경제와 정치,시장과 이념이 격돌하는 발화점에서 쓸 수 있는 카드는 없었다.

청와대가 지난 9일 인사를 발표하면서 홍남기 경제부총리에게 부여한 임무는 김동연 부총리가 당면해야 했던 ‘미션 임파서블’과 하나도 변함이 없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홍 후보자를 ‘경제사령탑’이라고 불렀다.하지만 윤 수석의 발언은 신임 부총리에 대한 업무 지침이자 거역할 수 없는 정책 방향이었다.“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 등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을 지속 추진하여 ‘함께 잘사는 포용국가’를 이루는 방향으로 경제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으로 기대합니다.”경제계 안팎에서 소득주도성장을 놓고 논란이 1년 반 이상 지속되고 정치권에서도 성장보다 분배를 강조하는 ‘공정’이나 ‘포용’을 둘러싸고 공방이 거센 가운데 청와대의 엄중한 주문은 홍 부총리에게 넘을 수 없는 장벽이다.

홍 부총리 후보자는 내달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서류 준비에 들어갔다.하지만 문제는 당장의 청문회가 아니다.취임후 그가 극복해야 할 고용 감소,저성장,투자위축 등이 진짜 과제다.역린(逆鱗)이라고 할 수 있는 문제의 본질을 손댈 수 없는 상황에서 위기의 한국경제를 살려 달라는 국민의 절규에 그가 얼마나 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기쁨보다 걱정이 앞서고 축하보다 격려가 필요한 홍남기 부총리가 그래도 언젠가 우려를 말끔히 씻고 경제를 위기에서 구한 사령탑으로 평가되길 축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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