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재혁 논설위원함
▲ 권재혁 논설위원함
지난 6월 지방선거를 통해 강원 도내 18개 시군에서 11명의 시장(4명)·군수(11명)가 새로 당선됐다.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고 했던가.최근 새로 당선된 시장·군수들은 자신의 공약을 실행하기 위한 행정조직을 개편하고 있다.시·군의 행정조직 개편은 시장·군수의 지역발전에 대한 철학이 들어있다.

강원도는 평화와 번영,강원시대 실현을 위한 평화지역발전본부를 출범했다.춘천시는 시민민주주의 운영과 문화도시를 내세워 시민주권담당관과 문화콘텐츠과를 신설했고,강릉시는 일자리 창출과 기업유치 등 경제분야에 방점을 찍었다.춘천·강릉시는 서울사무소 설치로 중앙정부와의 네트워크 강화를 시사했다.태백시,홍천군,횡성군,인제군 등 4개 시·군은 국 (局)체제로 돌입했다.이들 지역의 국(局)체제 조직개편은 지난 2월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단체 행정기구와 정원 기준 규정 일부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인구10만명 이하의 시·군도 국(局)설치가 가능해졌다.

국(局)을 신설한 시·군은 업무분담의 효율성을 내세우고 있다.그러나 부단체장과 국장간의 업무경계가 쉽지 않고,하위직 공무원은 옥상옥(屋上屋)이라는 불만을,민원인들은 결재라인이 더 생겨 민원처리 기간이 길어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영월군은 신속허가 처리과 신설,평창군은 허가과 신설,양구군은 민원소통실 신설 등에서 알 수 있듯이 행정수요 향상에 비중을 높였다.속초시,고성군,양양군 등 영동지역 시·군은 남북교류의 중심지로 발돋움하기 위한 정책부서 신설 등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시·군의 행정조직 개편은 지역마다 특성에 맞는 전략이 담겨있다.시·군은 기존의 중복된 기능을 줄이고,행정의 시너지를 높이는 방향으로 조직을 개편했거나 추진하고 있다.일부 시장·군수는 행정조직 개편을 통해 점점 침체되는 지역을 특색있게 발전시키려는 절박한 심정을 갖고 있다.그러나 일부 시·군은 부서명칭이 너무 추상적이고,비슷하고,알 수도 없어 지역주민은 물론이고 공무원들도 혼란스러워 민원처리가 어렵고,공문이 엉뚱한 곳으로 발송되고 있다고 한다.일부 시·군은 행정조직 개편을 전임 시장·군수의 치적을 지우고 자신의 치적을 높이려는 속내도 들어 있고,시장·군수의 입김이 너무 강해 지역주민들이 이해도가 낮다는 소리가 들린다.

행정조직 개편의 최우선 원칙은 행정서비스 대상인 지역주민들의 시각이 가장 많이 반영되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우리나라만이 대통령이 바뀌는 5년에 한번씩 행정부처 명칭이 교체되고,지방선거로 당선된 시·도지사와 시장·군수들이 바뀌면 또 행정조직을 개편해 많은 수 많은 예산이 낭비되고 지역주민들은 혼란스럽다.그래서 지역주민들은 시·군의 행정조직개편을 두고 “장사가 안되는 식당이 간판만 바꾸는 꼴”이라며 “간판만 바꾸면 장사가 잘 되느냐”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또 행정조직을 개편한다고 해서 지역발전과 행정서비스가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공무원들의 열정이 있어야 행정조직 개편의 효과가 나타난다.공무원의 열정은 인사에서 시작된다.시장·군수들이 행정조직 개편에 따른 인사에서 능력보다는 선거에 도움을 받은 측근들을 주요 보직에 앉힌다면 공무원들은 돌아선다.신분이 보장되는 공무원들이 인사에 실망하면 복지부동 자세를 취한다.이렇게 되면 지역주민은 안중에 없고 시장·군수 입맛에만 맞추려는 아첨꾼이 늘어난다.시장·군수가 정치 고수라면,공무원은 눈치가 고수다.일부 시·군의 공무원 개방형 직위 확대와 부서 명칭을 이해하기 쉽고 5자로 통일한 것이 눈에 띈다.시장·군수는 누구를 위해 행정조직을 개편했는지에 대한 근원적 문제를 잊지 말아야 한다.최근 경북 구미시가 새마을과를 폐지하려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존치로 변경했다고 해서 논란을 빚고 있다.행정조직 개편은 오로지 지역발전과 지역주민만을 위해 시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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