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책을 읽지 않는다는 걱정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현란한 영상매체가 사람들의 마음을 빼앗아 간 때문이다.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마찬가지다.집에서도 직장에서도 거리에서도 카페에서도 사람들의 손에는 어김없이 스마트폰이 쥐어져 있다.이러다가 독서 유전자를 잃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책은 인류의 지난역사의 집적이자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내다보는 창(窓) 같은 역할은 한다.

이런 점에서 책을 읽는 습관이 퇴화하고 있다는 것은 걱정스러운 일이다.우리나라도 책을 많이 읽는 편이 아니라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최근 언론에 독서와 관련된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읽는 것과는 별개로 책을 보유하는 것 자체가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에 관한 것이다.그 결론은 청소년기에 책에 많이 노출될수록 전반적인 인지능력이 향상되고 소득향상 효과도 있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1~2015년 사이 31개 회원국 성인 16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제 성인역량조사(PIAAC) 결과 청소년기에 책에 노출되는 것이 언어,수리,기술문제 해결능력에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65~350권 구간에서 효과가 컸다고 한다.책이 있는 환경을 접하는 것만으로도 이 같은 효과가 있다는 것은 갈수록 인쇄문화와 멀어져가는 세태를 감안할 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책이 주는 정서적 안정감과 심리적 효과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말해준다.이렇게라도 책을 가까이하다 보면 한줄이라도 더 읽게 될 가능성이 커지게 마련일 것이다.특히 감수성 예민한 청소년기에는 주변으로부터 들은 따듯한 격려와 칭찬 한마디가 한 사람의 생애를 좌우하기도 한다.누군가 괴롭고 절망스러울 때 무심코 펴든 책에서 읽은 한 문장이 망망대해에서 만난 등대의 불빛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2017년 국민독서실태 조사를 한 결과 10명 중 4명이 한 권도 읽지 않았다.1인당 독서량도 8.3권으로 미국(80권),일본(73권)은 물론 중국(32권)에도 크게 못 미쳤다고 한다.독서력이 곧 국력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아찔한 격차다.가구당 보유량도 우리나라는 91권으로 꼴찌에서 6번째였고 31개국 평균 115권에도 크게 미달했다.일시에 달라지기 어렵겠지만,책을 가까이 두는 습관부터 길러야 할 것 같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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