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츰 제목이 눈에 들고 서문이라도 읽고 첫 장이라도 훑어본다면 그것만으로 효과를 얻었다고 할 수 있다.고전(古典)이라고 하면 고리타분한 생각이 들고 머리가 지근지근해 질 수 있을 것이다.한 줄 한 페이지만 읽고 덮는다 한들 어떠랴.그 한 줄에 책 전체가 다 들어 있는지 모른다.사서니 삼경이니 오경이니 하는 것이 말은 거창하지만 결국은 사람이 살아가는 원리와 도리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고전의 대명사인 ‘논어’도 마찬가지다.스물두 편 가운데 ‘학이(學而)’로 시작되는 편명이 그러한데 배움이야말로 전편(全篇)을 관통하는 키워드임을 암시한다.“때로 배우고 익히면 이 또한 즐겁지 아니 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기실 특별한데라곤 없는 이 한마디에 삶의 문답이 다 들어있는 것이다.‘맹자’는 양혜 왕을 만나는 장면으로 시작되는데 역시 짧은 대화 속에 그의 사상과 지향이 담겨있다.
“먼 길 왔으니 이로움이 될 만한 게 무엇이냐(不遠千里而來 亦將有以利吾國乎)”라고 왕이 묻자 “하필 이를 말하느냐(何必曰利)”고 반문한다.주고받은 말은 거칠지만 고스란히 드러나는 게 인의(仁義)다.‘예기’에서도 맨 처음 ‘곡례(曲禮)’편이 길잡이 역할을 하기는 마찬가지다.그 첫 장에 “뜻은 가득 채우기만 해서는 안 되며,즐거움은 극에 달하게 해서는 안 된다(志不可滿 樂不可極)”는 구절이 나온다.
누대에 걸쳐 회자되는 고전들이지만 이 짧은 문장에 세월을 이겨낸 힘이 들어 있다.사람의 전 생애가 배움의 과정이다.책을 펴들지 않더라도 삶 자체가 배움의 연속인 것이다.그 힘으로 세상은 진보한다.인의(仁義)가 드러나는 것도 배움을 통해서다.읽을 엄두가 나지 않을 만큼 두툼한 예기의 가르침도 ‘욕망을 그칠 줄 알아야 한다’는 데서 출발한다.고산준봉을 오르는 것도 그 첫걸음이 중요한 것이다.
김상수 논설실장ssookim@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