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평화시대 특별인터뷰] 박한식 조지아대 명예교수
대담= 진종인 서울본부 취재국장
물리적 통일 아닌 화학적 통일
상호수용한 변증법적 접근 필요
DMZ 내 제3정부 수도 설치
‘한반도 평화’ 전세계 홍보 기대
접경지 강원 중심역할 커질 것

북한 전문가이자 재미 정치학자인 박한식 조지아대 명예교수는 강원도민일보와의 창간기념 인터뷰에서 “남과북 사이의 비무장지대 가운데 제일 넓은 지역을 차지하고 있는 강원도는 이같은 장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박 명예교수는 “(남북관계에서)첫단추만 끼우고 두번째 단추를 못찾고 있다”며 정부의 통일정책에 대해 아쉬움을 표시했다.박 교수와의 인터뷰는 지난 13일 서울 서머셋호텔에서 진행됐다.

진종인 강원도민일보 서울본부 취재국장이 박한식 조지아대 명예교수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진종인 강원도민일보 서울본부 취재국장이 박한식 조지아대 명예교수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통일을 바라보는 시선과 방식이 예전과 많이 다르다.시대에 맞는 남북관계와 통일정책은 어떤 것인가.

“남과 북은 오래 떨어져 있고 체제가 다르다보니 물과 기름처럼 변했다.그렇다고 융합하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물리적으로 안되지만 화학적으로 하면된다.변증법적 논리인 ‘정반합’이 핵심이다.정은 반이 되고,반이 합이 되고,합은 다시 정이 되는 것이다.자기를 부정하는게 아니고 자기의 모순을 없애면 높은 차원의 합으로 올라간다.남북이 통일정부를 만들려면 ‘합이 되기 위해서 정은 반이 필요하듯’ 남과 북이 서로 필요하다.동·서독의 관계처럼 흡수통일로 하면 안된다.창조적 착상을 통해 남북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봐야 한다.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많은 사람이 얘기하지만 동질성 회복이 통일에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오히려 이질성을 흡수하고 극복해야 한다.그런면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00년 합의한 6·15남북공동선언은 상당히 혁신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안이다.김 전 대통령이 주장한 ‘체제와 이념과 다르더라도 긍정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게 바로 변증법적 논리다.체제와 이념을 수용하게 되면 서로 싸우지 않고 이용하면서 덕을 보게 된다.남과 북이 서로 악마화시킨다던가 동독처럼 흡수통일하려고 하면 안된다.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정상회담에서 6·15 와 10·4 정신을 살리고,지킨다고 하니 국민들도 중요성을 인정해야 한다.”

▲ 박한식 조지아대 명예교수가 지난 1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전세계 유일의 분단도인 강원도가 나아갈 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박한식 조지아대 명예교수가 지난 1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전세계 유일의 분단도인 강원도가 나아갈 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변하면서 새로운 관계를 설정해야 하는 시기가 됐다.이러한 때에 전 세계 유일의 분단도인 강원도는 어떻게 해야 하나.

“남북정상이 다음에 끼울 단추는 비무장지대,즉 DMZ다.60여년간 팽개쳐둔 땅을 유엔으로부터 넘겨받아 우리가 평화공원으로 만들어야 한다.그래서 전 세계에 평화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보여주는 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남북이 DMZ를 평화공원으로 발전시켜 나가는데 조속히 합의해야 한다.그런면에서 강원도는 북한과 접경을 이루는 지역이 가장 넓은 곳이다.강원도의 역할이 크다.10년도 훨씬 지난 개성공업단지는 남과 북이 공존하는 곳으로 경제에 국한하지 말고 연방정부의 중심지로 만들자는게 내 생각이다.하지만 강원도가 북한과 가장 길고 넓게 접하고 있는 만큼 남북이 합의하게 되면 철원이나 다른 DMZ내에 제3정부 수도를 설치할 수도 있다.”

-주장하고 있는 ‘한 민족,두 국가,세 정부’는 어떤 의미인가.

“우리는 한 민족이지만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있다.세 정부는 남과 북의 정부외에 별도의 연방정부를 구성하자는 의미다.남과 북이 사실상 국가와 다름 없는 만큼 남과 북의 정부외에 연방정부를 세워야 한다.연방정부의 역할은 남북이 싸움안하고 서로 부정안하고 중재하는 것이다.낮은 단계로의 연방제라고 할 수 있다.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집체적인 북한 사회와 우리 사회는 너무나 다른만큼 우리 민족의 염원인 통일을 하려면 낮은 단계의 연방제나 연합체제밖에 없다.이런 역할을 하는게 연방정부가 될 것이다.연방정부를 남북이 공존하고 있는 개성에 두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종전선언보다는 평화조약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종전선언은 필요없다.해본들 종잇조각에 불과하다.평화조약이야 말로 실질적인 의미가 있다.평화조약에는 종전선언의 의미가 다 포함돼 있다.남과북이 1953년 정전협정이 아닌 평화조약을 맺었어야 했다.평화조약을 맺지 않으면 북한은 절대 핵포기를 안할 것이다.안보에 위협을 느끼는데 어떻게 포기하겠나.평화조약없이 포기한다는 것은 거짓말이다.평화조약을 추구하면 종전선언은 의미가 없다.평화조약이 실현되면 국방비를 대폭 줄일 수 있고 체제가 보장되기 때문에 북한이 더 원한다.평화의 본질은 분쟁해소가 아닌 조화다.조화가 이질과 이질이 수용돼서 이뤄지는 것처럼 남과 북은 서로의 차이를 알고 이해해야 한다.”

-남북정상이 9월에 평양정상회담을 한 후 빠르게 진전되는 듯하던 남북관계가 북미관계의 영향으로 주춤하고 있다.

“남북관계는 미국의 의지에 많이 좌우된다.미국의 대북제제 완화에 달려있는데 미국이 제제를 완화하도록 우리가 설득해야 한다.그러기 위해서는 북한이 주적이 아닌 동반자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인도주의적 지원이 가능한 것부터 한국정부가 미국을 상대로 외교전을 벌여야 한다.”

-북한과 미국의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한국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북미관계는 양쪽 지도자가 ‘서로 믿을 수 있다’라는 신뢰가 있어야 진척된다.하지만 신뢰라는 것은 처음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고 외교의 마지막단계에서야 나오는 만큼 서로 대화를 많이 해야 가능하다.북한이 핵무기 관련 기술과 과학자,원료,경험 등을 보유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면 불가역적인 비핵화)’ 는 힘들지만 ‘비핵화’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북한은 이미 핵보유국인 만큼,역설적으로 핵을 협상카드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북한을 악마화하지 않도록 우리 정부가 미국을 설득하고 민간·교육·문화 등 여러 분야의 외교활동으로 미국내 북한에 대한 인식을 조금 더 긍정적으로 만들어야 한다.우리 정부가 북미관계 개선에 기여하는 충실한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 정리/이세훈

박한식 교수는 1971년부터 미국 조지아대에서 국제관계학을 가르치는 재미 정치학자이자 북한 전문가다.지난 1994년 북핵위기때 카터 전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의 만남을 주선했다.지난 2009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도 지원하는 등 ‘북·미 관계의 설계자’라고 불리우고 있다.카터 전 대통령 소개로 만난 덩샤오핑 전 중국 주석 도움으로 평양을 50여 차례 오가며 북한의 실상을 직접 보고 연구했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