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매거진 OFF] 먹방여행 고성 겨울생선 도치
정식 이름 ‘뚝지’로도 불려
뼈·살 연해 숙회로 먹기 제격
알찜·두루치기 감칠맛 뛰어나

▲ 고성군 토성면 아야진항에 어민들이 잡아온 심퉁이(도치)들이 쌓여 있다.심퉁이는 과거와는 달리 어민들에게 겨울철 효자 어종으로 각광받고 있다.
▲ 고성군 토성면 아야진항에 어민들이 잡아온 심퉁이(도치)들이 쌓여 있다.심퉁이는 과거와는 달리 어민들에게 겨울철 효자 어종으로 각광받고 있다.
겨울철 동해안서만 맛볼수 있는 생선들이 있다.동해바다에서만 서식하는 데다 겨울에 한해 소량 어획되기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유통되기 어렵기 때문이다.또한 산지 사람들이 겨울 별미로 즐기기에 대부분 산지에서 소비된다.예부터 동해안 사람들의 겨울 밥상에 빠지지 않고 오르던 생선이라 그렇기도 하겠다.


가끔 인근 항포구에 나가보면 서울 등 외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갓 입항한 어선에서 내려놓는 생선들을 보며 깜짝 놀라는 모습을 보곤 한다.

기괴한 몰골에 생기기도 흉칙스러워 놀라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호기심 어린 눈길로 다시 쳐다보곤 한다.바로 ‘심퉁이’다.심퉁이의 정식 이름은 ‘뚝지’ 또는 ‘도치’다.뚝지와 도치는 엄연히 다른 어종이라는 학설도 있지만 고성지역에서는 심퉁이를 도치라 부른다.

심퉁이는 얼굴 생김이 심통 맞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부풀린 풍선에 물을 담은 큰 올챙이 같이 퉁퉁한 모습에 꾹 다문 큰 입은 뭔가 심통이 잔뜩 나 있는 것처럼 보이고,눈은 작고 두 눈 사이는 약간 융기돼 있다.배에는 커다란 빨판이 달려 있어 큰 바위에 찰싹 붙어 다니고,놀라면 복어처럼 몸을 동그랗게 부풀려 못난이 생선이라 불린다.

심퉁이(도치)는 겨울바다 생선 중 아귀,물메기(곰치) 등과 못난이 삼형제로 불린다.혹자는 여기에 망치,장치를 추가하기도 한다.이름도 생선 이름같지 않게 상스럽고 괴상망측 하다.또한 볼품없고 흉측하기 까지 하다.그래도 그중 심퉁이가 제일 귀엽고 앙증맞다.하지만 과거에는 그물에 걸려오면 어민들에게 좋은 소리를 듣지 못했고 시장 바닥에서는 발에 채였다.대부분 그물에 걸리면 바로 버리는 ‘물텀벙이’ 신세를 면치 못하던 어종이다.그런데 이들 못난이 생선들이 어느 해부터인가 동해 겨울 식탁을 책임지는 효자 중의 효자가 됐다.이들이 없으면 동해의 겨울 진미를 맛볼 수 없을 정도로 명품 생선의 위치에 선 것이다.‘못생겨도 맛만은 좋기’에 동해 사람들의 입맛을 돋워주고 속을 풀어주는 중차대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 도치숙회
▲ 도치숙회
심퉁이는 사철 잡히지만 제철은 겨울이다.고성,속초,양양,강릉,동해,삼척 등 동해북부 전 해역에서 잡히지만 그 중 고성 심퉁이가 제일이다.2월에 산란을 하는데 산란 전의 겨울 심퉁이는 살도 찌고 알이 차기 때문에 푸짐하게 맛보기에 딱이다.겨울철 그물에 잡혀 올라온 심퉁이는 뼈가 연해 숙회로 먹기에 알맞다.뜨거운 물에 살짝 담갔다 꺼내 껍질의 진액을 완전히 제거한 다음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다시 뜨거운 물에 데쳐내면 심퉁이 숙회가 된다.특히 일반 생선과는 달리 살이 연해 벼 째 그냥 씹어 먹을 수 있다.

암컷에서 나온 알에 소금을 뿌려 하루 정도 재워둔 다음,이튿날 탱탱해진 알을 적당한 불에 쪄내면 심퉁이 알찜이 된다.또 1주일 정도 말린 뒤 양념을 한 후 찌면 맛깔스러운 찜이 된다.구이로 먹어도 맛있다.

▲ 도치두루치기
▲ 도치두루치기
무엇보다 가장 인기가 좋은 것은 심퉁이 두루치기이다.냄비에 묵은지를 깐 뒤 손질한 심퉁이와 알,무,대파,갖은 양념을 넣고 물을 부어 국물이 자박해지도록 푹 끓이면 완성이다.토도독 터지는 고소한 알과 쫀득한 살코기는 감칠 맛 그 자체이다.심퉁이 두루치기(도치 두루치기)는 고성 8味로 선정될 만큼 이름 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 도치알찜
▲ 도치알찜
심퉁이는 보통 수컷은 숙회,암컷은 탕으로 먹는 것이 정석이라고 한다.일반 생선의 알은 막이 질겨 식감이 좋지 않은 것이 많은데 심퉁이의 알은 크기에 비해 부드러움이 있다.씹을 일 없이 훌훌 마시듯 먹을 수 있다.

여행지에서의 맛있는 식사는 큰 즐거움 가운데 하나라 했다.파도소리,바닷바람과 함께 고성이 자랑하는 최고의 맛,심퉁이(도치) 두루치기로 여행의 피로를 풀어보자. 남진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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