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에서 공부를 잘했으나 가정형편이 어려워 등록금과 생활비를 지원하는 특별장학금을 준 대학에 진학해 행정고시에 합격했다.경제기획원에서 시작해 기획예산처 과장,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대통령비서실 정책조정수석실 등을 거치며 공무원의 꽃인 1급 관리관에 이어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국무조정실장 등을 역임했다.여러 정권을 거치면서도 정직과 근면함으로 장관까지 올랐다.이쯤되면 직업공무원으로 살아온 그의 인생은 성공이라 볼 수 있다.하지만 아직 장담할 수 없게 됐다.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자리 하나가 남아있다.

강원 출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4일 열린다.이자리는 그의 인생에 최대분수령이 될 것이다.지금까지 그의 공무원 생활은 강원도 사람답게 성실함 그 자체였다.이를 순치형 관료라며 평가절하하는 사람도 있다.하지만 지금부터는 상황이 달라진다.우리나라 경제정책을 이끌어갈 경제사령관 자질을 평가받아야 한다.취임하면 경제위기상황을 돌파하는 경제정책의 최종책임을 져야하고,정치인 출신 경제부처 장관들과의 조율·국회와의 협조 등 정무적 판단을 해야한다.

그의 경제부총리 성공 여부는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협력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김 실장은 문재인 정권 출범 전부터 문 대통령과의 이념동지로 현 정권 출범 후 정책의 밑그림을 그리는 설계자로 알려져 왕수석이라고 불린다.그와 김 실장은 “향후 경제정책은 경제부총리의 원톱체제로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경제수장 원톱이 누구인지 말하지 않아도 시장이 먼저 알고 반응한다.원톱이라는 주도권 싸움보다는 맡은 역할에 충실한 것이 더 중요하다.강원도에서도 도와 시군이 원팀을 외치고 있지만,현실은 순조롭지가 않다.

그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려면 문 대통령이 추진하는 소득주도성장,최저임금제,일자리정책,비정규직 정책 등에 자신만의 경제철학을 표출해야 한다.그 중에 청와대와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최근 경기가 최악이라는 경제지표들이 줄줄이 나오는 상황에서 청와대 눈치만 보지 말고 청와대에 미움받을 수 있는 용기를 가질 것을 주문한다.강원도 사람은 정직하고 성실하지만,한번 틀어지면 좀처럼 풀리지 않는 강한 기질도 있다.경제수장으로서 그의 리더십을 응원한다.

권재혁 논설위원 kwonjh@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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