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오피아의 기적] 1. 미래를 심다
학교시설·교사·기자재 열악
일부 초교 중퇴율 20% 달해
‘코끼리발 증후군’ 위험에도
1시간 도보 통학환경 ‘열악’
현판식날 마상행렬로 답례

강원도민일보와 월드비전 강원본부는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아프리카 어린이를 돕기 위해 매년 ‘지구촌 사랑나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올해도 지난 3~7월 도내 18개 시군을 통해 모금된 후원금을 에티오피아에 전달했다.이에 본지는 지난달 10월 30일부터 11월 9일까지 월드비전 강원본부를 비롯해 기관·사회단체 등 후원기관 관계자로 구성된 모니터링단과 함께 에티오피아 사업장을 찾았다.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도민의 관심과 지원으로 희망을 키워가고 있는 에티오피아의 모습을 3회에 걸쳐 싣는다.

▲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하고 있는 사펠레 초교의 학생들.
▲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하고 있는 사펠레 초교의 학생들.


12시간의 비행 끝에 도착한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모니터링단이 방문한 짐마게네티 지역은 아디스아바바에서 남서쪽으로 289㎞쯤 떨어져 비포장도로를 8시간쯤 달려야 다다른다.이곳의 인구는 8만7000여명,아동이 4만여명을 차지하는데 매년 아동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아동 수 증가에 비해 학교 시설,교사,학습 기자재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2013~2014년 지역내 초등학교 중퇴율은 평균 8.7%,일부 초등학교는 20%에 가까운 중퇴율을 보이는데 그 원인으로 교육의 질과 학교시설이 꼽혀 교육환경 개선이 시급했다.모니터링단은 짐마게네티 교육의 현 상황과 도민의 힘으로 건립된 학교,화천의 한 교회에서 건립 예정인 학교부지 등을 둘러봤다.

▲ 강원도민의 모금으로 건립되는 부르카답쇼 학교가 완공을 앞두고 마무리작업을 하고 있다.
▲ 강원도민의 모금으로 건립되는 부르카답쇼 학교가 완공을 앞두고 마무리작업을 하고 있다.
■ 강원도 최초 학교 건립

1921년 문을 연 화천 원천교회는 100명 남짓 규모의 작은 교회다.2021년 100주년을 맞는 원천교회는 100주년 기념 사업을 고민했고 때맞춰 특별헌금도 들어왔다.현재 교회 건물은 건립된지 40년이 넘어 낡은데다 폭염에도 에어컨을 들여놓지 못해 개선이 시급했지만 성도들은 특별헌금 전액을 학교 건립에 사용하기로 뜻을 모았다.

11월 1일 자와자코마에 도내 단일기관 후원 최초의 학교가 설립됨을 기념하는 기공식이 진행됐다.학교 입구에서부터 학생들의 환영인파가 몰렸다.학생들은 ‘감사합니다’라는 의미의 현지어 ‘갈라토마’를 외치며 환영의 노래를 불렀고 기르레이 차마다,아다 미디쿠 등 8학년 대표 학생들은 장문의 감사시를 지어 낭독했다.

기존 자와자코마 초교는 2014년 월드비전 한국이 건물 한 동을 건립해 총 8개 교실이 운영되고 있었지만 지역아동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눠 수업했다.

원천교회가 짓는 학교 건물이 내년 완공되면 500여명의 학생을 수용하게 된다.최선환 원천교회 권사는 “자와자코마 아이들에게 희망과 꿈과 용기를 주기 위해 초등학교 건립을 지원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 부르카답쇼 지역 학생들이 학교 건립에 감사하며 환영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 부르카답쇼 지역 학생들이 학교 건립에 감사하며 환영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지역 학교
자와자코마 초교 기공식을 마치고 인근지역 학교인 사펠레 초교에 도착했다.2007년 지어진 이곳은 1~4학년 학생들이 다니는 초교로 4개 교실에서 147명의 학생이 공부한다.한 번 오르기도 힘든 이곳을 매일 오른다는 놀라움도 잠시,5~8학년은 1시간 이상이 더 소요돼 학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있어 모니터링단을 놀라게했다.학교는 원활한 수업이 진행되기에는 열악한 상태였다.

이날 일부 아이들이 신발조차 신지 못한 모습에 방문단은 안쓰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모니터링단은 신발이 없으면 기생충 감염으로 ‘코끼리발 증후군’에 걸릴 위험이 있다는 말도 전해들었다.학교를 둘러보고 나온 후 일부 모니터링단의 모습이 달라졌다.

김영한 전 서울시의원은 신발이 없는 아이에게 신발을 내주고 맨발로 돌아왔고 정지영 양양군 주민생활지원과 주무관은 옷이 찢어져 신체가 노출된 여자아이에게 새로 산 외투를 벗어주고 돌아왔다.자와자코마 초교의 상황 개선에 뿌듯함도 잠시,아직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많다는 점에 모니터링단의 마음이 무거워졌다.

▲ 부르카답쇼 학교 현판식이 양민석 도 보건복지여성국장,김의도 강원도민일보 이사,박선규 전 영월군수 등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 부르카답쇼 학교 현판식이 양민석 도 보건복지여성국장,김의도 강원도민일보 이사,박선규 전 영월군수 등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 강원도민이 함께 지은 학교

이튿날,강원도민 모두의 힘으로 함께 건립한 학교를 찾았다.부르카답쇼 초교는 ‘2018 지구촌 사랑나눔 캠페인’을 통해 도내 18개 시군에서 진행된 모금 캠페인과 사랑의 빵 모금액으로 건립됐다.방문 당시 한 교실의 아이들은 물웅덩이를 피해 겨우 수업을 듣고 있었다.이들은 지난 1월부터 공사가 시작된 부르카답쇼 초교가 완공되면 쾌적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다.완공을 앞둔 부르카답쇼 초교 현판식에 앞서 지역 청년들은 귀한 손님이 올 때 진행한다는 마상행렬을 통해 모니터링단을 학교로 인도했다.강원도민과 한국 후원자를 대표해 양민석 도 보건복지여성국장이 인사를 건넸다.

양 국장은 “1960년대 대한민국은 여러분보다 더 어려운 환경으로 국제사회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았다”며 “대한민국이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지역민의 열의와 교육이었다.에티오피아도 교육을 통해 훗날 세계경제에서 우뚝 서게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디미쎄 부르카답쇼 마을 대표는 “강원도민이 만들어 준 부르카답쇼 초교는 지역에서 볼 수 없는 가장 좋은 건물로 이제는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할 일만 남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에티오피아/한승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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