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강릉탈선 책임 공방

▲ 사고원인 조사 3일 전 KTX 열차 탈선사고가 발생했던 강릉시 운산동 사고현장에서 11일 사고원인을 밝히기 위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고원인 조사 3일 전 KTX 열차 탈선사고가 발생했던 강릉시 운산동 사고현장에서 11일 사고원인을 밝히기 위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올림픽 때도 위험천만한 부실 철도를 달렸다는 말인가.” 지난 8일 강릉시 운산동에서 발생한 KTX 강릉선 탈선사고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선로전환기의 신호제어시스템 오류가 지난해 철도 개통 전 선로전환기 설치 때 부터 비롯된 것 일 수 있다는 추정 진단이 잇따르면서 올림픽 당시 위험상황이 도마 위에 오르고 책임공방도 가열되고 있다.사고 지점은 철도를 강릉시내로 연장한 사업구간에 위치하고 있다.원주∼강릉 철도는 당초 현재 철도차량기지가 있는 남강릉(종착역)까지 건설하는 것으로 계획됐으나 올림픽 연계수송 효율성과 승객 편의를 위해 현재의 강릉역까지 강릉시내 구간 연장(9.8㎞) 건설이 이뤄졌다.

공사가 한창이던 지난 2014년에 강릉도심구간 지하화(2.6㎞)와 함께 시내 연장건설이 확정되면서 올림픽을 4년도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뒤늦게 공사가 실시됐다.이 때문에 원주∼강릉 철도는 당초 계획됐던 남강릉까지는 복선으로,이후 건설이 확정된 강릉시내 구간은 촉박한 공기에 쫓기면서 단선 공사가 이뤄졌다.이번 사고는 강릉선 본선과 강릉차량기지 인입선로가 나뉘는 남강릉분기점 부근에서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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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오륜 때 위험한 열차 달렸나

강릉선은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 때 하루 편도 51회 운행하면서 관람객 106만명을 실어 날랐다.세계 각국의 선수·임원과 응원·관람객은 물론 김여정·김영남·현송월 등 북한 고위 인사들도 강릉선 KTX를 타고 평창올림픽 관람 및 삼지연관현악단 공연 일정을 소화했다.문재인 대통령도 개통을 앞두고 지난해 12월 19일 강릉선 열차에 시승했다.

선로전환기의 연결선이 애초부터 잘못 연결돼 있었고,코레일에서 이 사실을 모른채 열차를 운행했다면 세계인이 주목하는 올림픽 축제 기간 중에도 이상 위험을 안고 열차가 태연하게 달렸다는 얘기가 된다.

이와 관련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사고 현장에서 1차 조사보고를 받은 뒤 “올림픽 때 잘못됐다면 어쩔뻔 했느냐”고 강하게 질책하기도 했다.강릉지역인사들은 “이번 사고도 엄청난 충격파를 일으켰지만,올림픽 때 사고가 났더라면 엉망이 됐을 것”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책임공방 가열

오영식 코레일 사장이 전격 사퇴하면서 11일 국회 국토교통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정인수 부사장은 “(남강릉분기점) 선로전환기 표시회로선이 반대로 연결된 시공 불량으로 사고 원인을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선이 처음부터 잘못 연결된 상태로 봉인돼 있었고,2년에 한차례 연동검사를 하도록 돼 있는 규정상 그걸 알 수 없었다는 것이 코레일 주장이다.

이에 대해 강릉선 철도 시공 주체인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지난 1년간 아무 문제없이 운영됐는데,이제와서 부실시공으로 몰아가는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일각에서는 선로전환기가 계속 이상 신호를 보내는 와중에 코레일 직원이 이를 고치려다가 회선 케이블을 잘못 건드렸을 수도 있다는 추정도 한다.탈선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조사위원회’에서 본격 조사를 진행중이고,철도특별사법경찰대도 조사에 착수했다.

부실 시공인지,유지·보수 문제인지에 따라 책임소재가 명확히 갈라지기 때문에 코레일과 철도공단의 공방은 한층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동열·구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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