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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병천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장
▲ 홍병천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장
그렇게도 무덥던 지난 여름…. 기상관측 이래 가장 무더웠다고,그것도 홍천이 41.2도라고 하는 최고 기록을 갱신하며 예전에는 ‘대프리카’(대구)라고 했는데 요즘은 ‘홍프리카’(홍천)라고 별명까지 얻었다.

그 푸르디 푸른 나뭇가지는 흐르는 땀을 잠시나마 식혀주는 그늘의 소임을 다하고 붉은색을 띠며 화려함까지 뽐내던 나뭇잎마저 내년을 기약하며 길가에 내동댕이 쳐진 모습이 안타깝다.

그 잎사귀를 품고 있던 나무는 앙상하게 아니 홀가분하게 모두 벗어 버리고 다가올 추위에 올테면 와봐라 하고 고함을 지르듯 당당하게 서있는 모습이 대견스러울 뿐이다.내가 한두번 추워봤냐.이 추위가 지나가면 보란듯이 또 다시 잎사귀를 피울 테니 자랑스럽다.

올해도 벌써 마무리를 해야 할 날들이 얼마 안 남았다는 사실은 부쩍 늘어난 온갖 모임이 증명하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지나온 한해를 돌아보며 잘된 것과 잘못된 것을 구분해 반성하며 또 다른 내년을 계획하고 설계해 모든 계획이 이뤄지도록 소망해 본다.또한 살아오면서 터득한 것 중 하나가 끝맺음을 잘 해야 하는 것과 정리 역시 깔끔하게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어렵고 힘들수록 아주 사소한 아름다움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되며 세월이 흘러도 언제나 세상과 사람에 대한 따스함을 잃지 않아야 할 것이며 인간은 시간을 공유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본다.따라서 올 한해 남발했던 약속들,“언제 밥 한번 먹을까”,“차라도 한잔 할까”,“아니면 대포 한잔 할까”하며 던졌던 약속을 이제라도 지키려 하니 괜시리 몸과 마음만 분주하다.

어린 시절 어른들께서는 ‘그 집의 마당과 화장실을 보면 집 주인의 성품을 안다’고 말씀하셨다.필자 역시 아버지가 한겨울 김이 펄펄 나는 쇠죽을 끓여 여물통에 옮겨 놓으시고는 정해진 일처럼 매일 앞마당을 쓸어내곤 하시던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그렇듯 우리의 일상생활에 있어 뒷정리를 잘해야 하는 것은 잘 알면서도 실천에 잘 옮기지 못한다.따라서 스스로 반성할 줄도 알고 잘못에 대한 자기 고백을 할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요즘 내고향 강원도가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신평화시대’라고 하는 새로운 단어에 걸맞게 남과 북이 공동으로 철도복원을 앞두고 현장 조사에 나섰고 60여 년동안 버려졌던 DMZ를 자연생태공원으로 만든다고 한다.

이처럼 남북이 ‘하나로(路)’를 개설하면 부산을 출발해 강원도에서 점심을 먹고 평양 옥류관 또는 청류관에 들러 배를 채운뒤 다음날 묘향산을 올라보고 러시아 연해주를 경유해 저 멀리 유럽까지 갈 수 있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또 비핵화와 제재 문제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연내가 될지 신년 초가 될지 모르지만 남북 정상이 다시 만나 한반도에 훈훈한 봄 바람이 불어주길 소망한다.

사람이 무엇인가에 절실함을 품으면 그 마음에 꽃이 핀다고 했다.우리 강원인 아니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들이 하루속히 남북의 ‘하나로(路)’가 열리기를 한결 같은 마음으로 두손모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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