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줄박이 끝끝내 얼었던 발을 풀며

비어서 눈부신 자작나무를 건너서 맨 먼저

비장한 음색을 나뭇가지에 걸고 있다

그 비장한 틈에 나도

매화가 만개한 족자를 방에 내다 걸며

감히 매화를 허투루 받아도 되는 걸까 하고는

매화가 오는 공중을 빈손으로 쓰다듬어 보는데

저 숱한 날개가 번져가도

어느 것 하나 빠뜨리지 않고 챙겨

거두는 공중의 마음을

차마 여백으로 받아내 보기도 하는 것이다

조성림·시인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