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부 종속적 역할 인식은 자기부정, 의회가 중심 잡아야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도의회가 연초부터 무슨 생각이 그렇게 복잡한지 모르겠습니다.새해 의정 활동의 방향을 정해야 하는데 최문순 도정과 협치를 할 것인지,견제를 할 것인지 고민이라고 합니다.도의회 내부에서 두 방향을 놓고 논란이 없지 않은 모양입니다.물론 의회가 총론적으로 어떤 방향성을 가질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은 필요하다고보지만 집행부와 어떻게 지낼 지를 놓고 이렇게 생각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은 도민과 유권자들에게는 참으로 김빠지게 하는 이야깁니다.도의회가 지금 자기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그렇다면 참 심각하고 우려를 갖게 합니다.도의회가 지금 싸우지 말고 집행부와 사이좋게 지내라는 것이 도민과 유권자의 요구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무조건 반대하거나 찬성하고 진영을 나눠 싸우는 것에 신물이 나 있는 것이 우리 정치의 현실이지만 그렇다고 그저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잘 지내라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의회는 어떤 경우에도 집행부에 대한 강력한 견제와 대안이 돼야 합니다.이 두 가지 역할이 아니라면 구태여 많은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의회를 둬야할 까닭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지금 도의회는 시행착오를 반복해도 좋을 때가 아닙니다.지난 91년 의회가 부활된 지 사반세기를 넘겼고 보다 안정적·역동적 활동을 펼 연륜을 쌓은 것입니다.그런데 집행부와 잘 지낼까 어쩔까를 놓고 원초적 고민을 한다는 것은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강력한 야당이 무조건 반대하는 것도 문제지만 여당이 무조건 편을 드는 것도 안 될 것입니다.거듭 말하지만 이것은 국민의 뜻이 아닐 뿐 아니라 스스로의 존재를 부정하는 위험천만한 일입니다.의회는 집행부와 반대편에 서 있어야 그 존재가 드러납니다.그래야 수레의 한쪽 바퀴 역할을 합니다.

강원도의 큰 현안에 낭패를 보는 일이 많은데,의회가 제 역할을 못한데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고 봅니다.도의회가 보다 철저히 검증하고 대안을 내놨더라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입니다.새해도 정선가리왕산 복원 논란,2021 동계아시안게임 남북공동 개최,레고 랜드 조성문제 등 민감한 사안이 산적해 있습니다.사안의 본질을 외면하고 정파적 이해관계와 집행부와의 관계를 먼저 생각하면 문제는 더 꼬이고 복잡해집니다.도의회는 정파를 초월 끊임없이 집행부에 불편한 존재가 돼야 할 것입니다.그것이 의회가 살고,집행부도 살리는 길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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