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눈사람처럼 왔으면 좋겠다

눈사람 그 자리에

민들레 같은 시가 쏙 돋아났으면 좋겠다

꽃이 피기 전에

밤나무 평상에서 먹는

쌈 맛이 났으면 좋겠다

큰말림 위로 복상 같은 달이 떠올랐으면 좋겠다

그 시가 민들레처럼 하얗게 피었으면 좋겠다

꽃씨로 훨훨

훨훨 날아가 당신 창문 아래 내려앉아

겨우내 눈사람으로

다 녹을 때까지 하얗게 살아도 참 좋겠다

허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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