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기념비 따라가면 어느덧 춘천 한바퀴
의암댐 김유정문인비 최초 건립
작가 고향 실레마을 동상 세워져
서면에 수필 담긴 문학비 설립
농촌 해학적 해석 문학혼 담겨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치거나 척박한 강원도에서 문화를 꽃피운 위인들의 동상과 기념비가 도내 곳곳에 세워져 있다.한때는 도민들의 주목을 받으며 우뚝서게 된 조형물들이지만 어느덧 세월이 지나가며 일상 속 스쳐지나가는 배경에 머물고 있다.강원도민일보는 2019년 기해년 새해를 맞아 강원도를 상징하는 동상과 기념비를 소개하며 잊혀져가는 위인들의 얼을 새롭게 조명하는 ‘조형물로 본 강원 인물’을 연재한다.

▲ 1968년 5월 29일 김유정기념사업회에 의해 세워진 김유정 문인비.
▲ 1968년 5월 29일 김유정기념사업회에 의해 세워진 김유정 문인비.


한국 현대문학의 선구자인 김유정은 춘천을 대표하는 문인답게 고향땅 곳곳에 기념비와 동상이 세워져 있다.김유정 소설가를 선양하는 조형물은 1968년 의암댐 인근에 가장 먼저 세워졌다.펜촉 모양의 ‘김유정문인비’가 조성된 곳은 예전 서울과 춘천을 잇는 국도변으로 의암호의 아름다운 풍경을 고스란히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다.당시 강원대 이운식 교수가 도안했고 춘천출신 대표 동양화가인 장운상씨가 제호를 맡았다.

▲ 우리문학기림회 김유정문학비 제막식.
▲ 우리문학기림회 김유정문학비 제막식.
1978년에는 한국 대표 소설가 김동리가 휘호를 쓴 김유정 기적비가 춘천 신남면 실레마을 금병의숙터 앞마당에 조성됐다.1994년에는 강원대 황재국 교수가 김유정 소설가를 선양하는 글을 쓰고 강원대 이운식 교수가 제작한 김유정 문학비와 김유정 행장비가 춘천시 삼천동 조각공원에 세워졌다.2014년에는 김유정의 수필 ‘5월의 산골작이’ 전문이 실린 ‘김유정문학비’가 춘천 서면 춘천문학공원에 설립됐다.

▲ 김유정기념사업회가 1994년 10월 건립한 김유정 동상.춘천문화예술회관에 세워져 있던 것을 김유정문학촌 개관에 맞춰 문학촌내로 이전했다.
▲ 김유정기념사업회가 1994년 10월 건립한 김유정 동상.춘천문화예술회관에 세워져 있던 것을 김유정문학촌 개관에 맞춰 문학촌내로 이전했다.
김유정의 고향이자 작품속에 자주 등장하는 춘천 실레마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바로 ‘김유정 동상’이다.1994년 문화체육부가 ‘3월의 문화인물’로 김유정 선생을 선정한 것을 기념해 김유정기념사업회가 같은 해 10월에 동상을 건립했다.당시 강원대 이운식 교수가 제작한 동상은 춘천문화예술회관에 세워졌으나 2002년 김유정문학촌 개관에 맞춰 문학촌내로 옮겨 현재 자리에 놓이게 됐다.

하루 맘먹고 기념비들을 돌다보면 김유정을 따라 춘천 한바퀴를 돌 수 있는 셈이다.김유정의 대표작이 ‘봄봄’이기도 하고 지명인 ‘춘천’ 또한 봄을 뜻해서인지 김유정에 대한 사랑이 더욱 각별한 듯 싶다.

소설가 김유정은 1935년 소설 ‘소낙비’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노다지’가 조선중앙일보에 각각 입선,문학계에 등단했다.이후 떠오르는 신예작가로 작품을 활발하게 발표하면서 구인회 후기동인으로 가입했다.1937년 다섯째 누이 유흥의 집으로 거처를 옮겨 생을 마감할 때까지 펜을 놓지못하고 ‘봄봄’,‘금 따는 콩밭’,‘동백꽃’,‘따라지’ 등 30편에 가까운 문학작품을 내놓았다.그리고 우직하고 순박한 주인공들 그리고 사건의 의외적인 전개와 엉뚱한 반전,육담적(肉談的)인 속어,비어의 구사 등 탁월한 언어감각으로 1930년대 한국소설의 독특한 영역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1978년 3월 29일 기일을 맞아 실레마을 금병의숙터 앞마당에 세워진 김유정 기적비.
▲ 1978년 3월 29일 기일을 맞아 실레마을 금병의숙터 앞마당에 세워진 김유정 기적비.
어느덧 스물아홉 짧은 생애(1908∼1937년)를 살다간 김유정의 모습을 회상할 수 있는 동상이 건립된 지 스물다섯해를 지나가고 있다.

김유정 생애의 파란만장하고 굴곡진 인생의 무게에 비할 수는 없지만 20년 이상 켜켜이 쌓인 세월의 흔적들은 보는이로 하여금 강원도 농촌의 모습을 해학적으로 풀어낸 김유정 문학의 혼을 엿볼 수 있게 한다. 김호석 kimhs86@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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