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원동 강원대 교수
▲ 김원동 강원대 교수
작년 이맘때다.도민시론의 새해 첫 칼럼으로 지방분권형개헌 문제를 다룬 적이 있다.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선거와 지방분권형 개헌 국민투표의 동시 실시 여부가 중요한 정치적 쟁점이었기 때문이다.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의 반대로 개헌 협상은 제대로 진척되지 않았고 문 대통령의 개헌 발의안도 무산되고 말았다.지방선거가 끝나자 분권형개헌 논의는 슬그머니 사라졌다.

여야의 관심은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 문제로 돌아섰다.작년 하반기 이후로 중앙정치권을 뜨겁게 달궈 온 연동형 비례대표제 논의가 그것이다.선거제도가 어떻게 바뀌어야 2020년 4월 총선에서 자당에 유리할지를 놓고 제각각 정치적 득실을 따져보기 시작한 셈이다.물론 그 어느 정당도 노골적으로 자신의 정치적 셈법이나 이해관계를 드러내지 않는다.속내를 보이지 않는 것이 당연하기도 하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내세우게 된데는 나름의 이유와 합리성 또한 있기 때문이다.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정의당 이정미 대표의 단식 돌입이 가능했던 것도 대의명분이 있었기 때문이다.여야 5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극 검토하기로 하면서 이들은 단식을 풀었고 선거제 개편론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자문위원단이 마침내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과 국회의원 숫자의 20퍼센트 확대 방안을 핵심으로 한 권고안을 확정했다.그렇다고 해서 정당간의 이견(異見)이 깔끔하게 해소된 것은 아니다.하나의 권고안일 따름이다.이를 둘러싼 여야 간의 지난한 협의과정이 현재진행형으로 여전히 남겨져있다.지금까지 전개된 주요 스토리는 여기까지다.

최근 1여년 사이에 일어난 정부여당과 야당의 일련의 정치적 행태는 씁쓸하기만 하다.깊이 생각해 보지 않아도 떠오르는 문제점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무엇보다도 지방분권형 개헌과 중앙권력 간의 연계성에 대한 고민을 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원론적으로는 여야 할 것 없이 분권과 자치의 강화를 주장하지만 그에 함축되어 있는 의미를 진지하게 성찰하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중앙정부가 장악해 온 권한과 자원을 지방정부로 이양하는 것이 분권이라고 한다면,중앙정부의 권력구조 개편은 이제부터라도 중앙권력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논리적이다.

국가사무와 자원 관리권을 지방으로 대폭 넘기면서 지방정부의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는 공언에 진정성이 있다면,그와 동시에 적극 강구해야 할 일은 지방 공공 부문의 인적 자원을 보충하는 방안이다.이는 정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중앙정부가 감당해야 할 국가 사무가 줄어든다면,이를 견제,감시하는 중앙정치권의 비중과 역할을 감축하는 게 순리다.같은 이유로 지방의회의 기능은 오히려 강화되고 그에 따른 인적 구성도 확대되어야 한다.

국가운영의 재원은 국민의 세금이다.혈세에 바탕을 둔 제한된 인적,물적 자원을 국민의 삶의 질 제고와 권익 보장을 위해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면,정부와 정치권이 국가운영체제의 비전을 수시로 환기할 필요가 있다.권력구조의 틀을 만드는 선거제도의 개혁 논의에서는 이 점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일부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상당수의 국민들은 국회의원 정수확대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이는 국회와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불만의 또 다른 표현일 수 있다.국민들이 국회개혁,정치개혁을 체감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300명의 국회의원을 360명으로 증원하는 내용의 권고안은 이론적,논리적 타당성의 근거 확보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국민적 공감을 얻기 어렵다.

지방분권형체제로의 전환에 대한 비전이 중앙정가에서는 실종되었거나 외면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오해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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