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한반도 통일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가설을 이야기할 때 순망치한론(脣亡齒寒論)이 동원된다.‘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이야기다.미국의 영향을 받는 강력한 통일한국을 중국이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다.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체제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일차적으로는 남북한 당사자가 오랜 분단으로 커진 이질감을 줄이고 평화와 통일의지를 키워가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당장 가장 현실적인 문제를 꼽으라면 북한과 미국 간의 비핵화 결단이다.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첫 정상회담을 갖고 비핵화 원칙에는 합의했지만 이후 진전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비핵화에 대한 속내가 그만큼 다른 것이다.한반도 문제를 푸는 길목에 북미 두 당사자가 버티고 서 있다.이 관문을 통과해야만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이것이 지금 한반도가 직면한 현실이자 고민인 것이다.

‘남북’과 ‘북미’에 이어 또 다른 함수가 ‘북중관계’다.양국 관계가 갖는 특수성을 간과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킨다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지난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중국을 3차례나 방문했다.정세가 요동치고 중요한 결정이 필요한 때 중국을 찾았는데,6월 싱가포르 북미회담을 전후 시진핑을 만났다.올해도 지난 7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했다.북미 2차 정상회담 임박설이 도는 때다.

북미 정상이 두 번째 만난다면 1차 때와는 다른 결과를 내놔야 한다.북한으로서는 기회이자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선택일 수밖에 없다.1차 때와는 또 다른 절박함이 있다.새해 벽두에 서둘러 북경을 찾은 데는 이유가 있다.트럼프를 만나 중요한 담판을 하기 전에 중국을 지렛대로 불확실성을 최대한 줄일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그런 정황이 김정은과 시진핑이 주고받은 수사(修辭)에서도 역력히 드러난다.

북한은 지난 11일 기록영화까지 방영하며 양국의 친선과 우의를 강조했다.북한은 양국 정상이 한 집안 식구처럼 동지적 우애를 보였고 양국 친선은 ‘외교적 관계를 초월하는 것’이라 밝혔다.시진핑 주석도 양국을 ‘순치(脣齒)의 관계’로 비유한 것으로 전한다.숙명적 관계를 강도 높게 천명한 것이다.북중의 밀월 과시가 폐쇄적 동맹 강화가 아니라 한반도 평화공존을 향한 열린 협력의 메시지가 되길 바란다.

김상수 논설실장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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