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우용 춘천지법 판사
▲ 정우용 춘천지법 판사
만약 누군가에게 권리가 있다면,그 권리는 당연히 영구적으로 존속하고 행사할 수 있는 것인가?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이 B에게 10만원을 빌려줬는데 변제기가 도래했음에도 그리 크지 않은 돈이라는 생각에 별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가 변제기로부터 10년 이상 지난 후에 명백한 입증 서류를 갖고 이 돈을 청구한다면,그 권리는 당연히 존속되고 법률적으로 행사될 수 있는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해당 채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멸시효 제도에 따라 변제기로부터 10년이 도과해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이유로 행사할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

민법은 제162조에서 ‘채권은 10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 ‘채권 및 소유권 이외의 재산권은 20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라고 해 채권 및 소유권을 제외한 재산권(소유권은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에 관한 기본적인 소멸시효를 정의하고 있다.또 단기 소멸시효(3년 및 1년)에 해당하는 채권과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손해 및 가해자를 안날로부터 3년,불법행위일로부터 10년) 등을 규정하고 있다.

그밖에 상법에서는 상사시효(5년) 및 각종 상사 관련 채권의 소멸시효를,근로기준법에서는 임금채권에 대한 소멸시효(3년)를 규정하는 등 여러 법령에서 권리의 특성을 고려한 소멸시효를 규정하고 있다.

이같이 소멸시효는 각종 재산권과 관련해 광범위하게 적용되고,그 권리의 종류 및 성질에 따라 이를 규정한 법령 및 기간도 다양하다.

그러나 특별한 법률적 지식이 없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어떠한 권리가 별다른 사유가 없음에도 시간의 경과만으로 소멸될 수 있다는 개념은 다소 생소할 것으로 보인다.

또 실제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는 소멸시효에 대해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소멸시효 제도는 권리를 소멸시키는 매우 강력한 제도다.그 내용도 법률에 명시된 것일 뿐,각종 법률관계의 형성 과정에서 따로 고지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소멸시효에 대해 미리 염두에 두지 않으면 추후 권리행사 과정에서 불의타가 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채무자의 입장에서 볼 때,소멸시효 완성으로 인한 권리소멸에 관한 것은 소멸시효의 이익을 받는 자가 항변을 하지 아니하면 그 의사에 반해 재판할 수 없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소멸시효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재판 과정에서 이를 제대로 주장해야 하는데 제도에 대한 부지로 인해 이를 적정하게 주장하지 못해 소멸시효로 인한 권리소멸의 이익을 받지 못하거나 소송 외에서 시효 완성의 이익을 무심코 포기하거나 채무승인 등으로 소멸시효가 중단되는 경우도 있다.

확정 판결이 있는 경우에도 시효가 중단되고,시효 기간이 10년으로 연장되는 것에 불과하므로 판결을 받은 경우 10년이 경과하는 경우라면 시효연장을 위한 후소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최근 시효 연장을 위한 이행소송 외에 전소 판결로 확정된 채권의 시효를 중단시키기 위한 조치,즉 ‘재판상의 청구’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만 확인을 구하는 형태의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 허용된다는 것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밝혀졌다.이같은 형태의 확인소송을 통해 보다 간이하게 시효를 연장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이 우리 법은 소멸시효라는 제도를 통해 일정한 기간 권리가 행사되지 아니하면 채권 등 각종 재산권이 소멸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시효에 관해 잘 이해하도록 해 자신의 권리를 적정하게 행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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