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진단] 기업유치 정책 문제없나
240억 지원 결과 274명 고용
MOU 당사자 도-시·군 자료 상이
제대로된 현황 파악조차 안돼
창출된 일자리 단순 공장 근로자
청년 선호 양질 일자리 거리 멀어
지자체 감면혜택 등 지원 불구
유치기업 주민고용 자료 비공개

도가 지난해 타 시·도에서 이전한 8개 기업에 240억원의 보조금을 투입했으나 김치류 제조,음료 제조,낙농제품 제조,자동차 부품 제조 등 대부분 전통적 제조업체여서 고용의 질 향상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도가 밝힌 지난해 기업유치 실적은 MOU까지 포함해 16개 기업,고용인원 1226명으로 지난 2015년이후 가장 적다.도는 수작업 위주의 생산방식에서 자동화 생산으로 공장을 가동하는 추세여서 실질적 고용인원이 줄었다고 분석했다.기존 기업 유치 전략에 한계가 드러나 정책 방향을 새로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강원 기업유치 정책의 현주소를 진단한다.



#기업유치 고용창출 효과 감소

기업유치 정책을 통한 고용창출이 감소세에 들어섰다. 2016년 도는 47개 기업과 새롭게 계약을 체결하며 2205명의 고용인원 창출 효과를 발표했다.그러나 2017년 30개 기업·고용인원 1616명,지난해 16개 기업·고용인원 1226명으로 3년 사이 고용창출 효과는 점점 줄고 있다.지난해 기업유치 실적과 고용인원 현황에는 MOU 단계도 포함돼 있어 실질적인 고용효과는 더 낮다.

유치성과에 따른 공식적 고용예상 인원도 줄어들었지만,발표한 실적과는 달리 사업 추진과정에서 기업이 유치 의사를 철회하는 경우도 있어 고용창출 예상 인원과 실제 만들어지는 일자리 수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지난해 타 시·도에서 도로 이전한 8개 기업에 지급된 보조금 예산은 240억8748만원이다.하지만 고용인원은 274명에 그친다.단순하게 계산하면 1명의 고용 창출을 위해 8791만원의 혈세를 쏟아부은 셈이다.이전 기업 8곳 중 3곳은 설비지원에 그쳤지만,5개 기업은 설비뿐 아니라 공장이 들어설 입지에까지 예산이 투입됐다.



#도-시·군 자료 ‘따로 따로’

도는 지난해 기업유치 성과로 16개 기업,1226명 고용인원을 내세웠다.도, 시·군과 기업 이전 또는 신규 증설에 대한 MOU를 체결한 업체가 기준이다.그러나 도가 파악한 내용과 시·군 주관부서의 자료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도에서 제공한 기업유치 현황 자료에 따르면 고용예상인원 95명의 수산물업체가 MOU를 맺고 동해시에 입주할 예정이지만 동해시의 말은 달랐다.동해시 관계자는 “추진 과정에서 해당 기업은 유치가 불투명해졌다”고 밝혔다.유치계약이 곧 실질적 투자와 고용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것도 확인됐다.동해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기업은 100명의 고용창출을 약속했으나 도는 95명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또 도는 춘천에 고용인원 200명 규모의 소프트웨어 기업이 온다고 유치성과로 발표했지만 정작 춘천시는 내용을 알지 못하고 있다. MOU 당사자인 도와 시·군이 확보하고 있는 세부 내역이 달라 실제 기업 입주 시 관리에도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지적이다.충북 진천에서 이주할 예정인 모 업체는 강릉에 쌀국수 제조 공장을 설립할 예정이지만 도는 두부 제조업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전통적 제조업 쏠림도 문제

새롭게 유치된 기업들이 전통적 제조업에 머물러 있다는 점도 문제다.이로 인해 창출되는 일자리도 청년들이 선호하는 양질의 고용과는 차이가 있다.고용창출이 대부분 공장 단순 근로자 등에 머물러 실질적인 청년 일자리 확대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지난해 보조금을 지원받은 8개 기업은 각각 춘천시의 의약품·낙농제품,원주시의 의료기기·화장품,횡성군의 자동차부품·김치류·건강기능식품·음료 제조업체로 대부분 도가 추진하는 신성장 산업 기조와는 거리가 멀었다.지난해 도가 새롭게 MOU를 맺은 16개 기업 역시 제조업체가 다수였다.춘천시에 들어올 소프트웨어 업체를 제외하면 원주시 종이용기·자동차부품·면류·식물추출액·건축용단열재,강릉시 세라믹·두부,동해시 수산물·통조림,횡성군 알루미늄 창호·커피·비알콜음료·강관·PVC타일·전기차 등 제조업 기업에 치중됐다.



#지역주민 고용 현황 파악안돼

기업 유치가 지역 주민을 위한 고용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경기도에서 도로 이전하며 국비 포함 21억27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받은 한 업체는 횡성에서 45명 규모의 제조업 회사를 운영 중이다.하지만 해당 기업은 이전하며 결원이 생긴 자리에만 지역에서 인력을 충원했다.이 때문에 직원 절반은 경기도에서부터 함께 일하던 직원이다.사무직 직원 중 횡성 주민이 일부 있지만 대부분은 공장 생산직에서 근무하는 단순 노동자들이다.이전해온 직원들 중에서도 주민등록상 전입을 하지 않고 기숙사 생활을 하며 주말마다 수도권 집에 오가는 사람들이 많다.

3년 전 원주로 이전한 고용인원 120여명 규모의 한 기업은 수도권에 근무하던 기존 직원들과 함께 이전,3년이 지난 지금도 집은 수도권에 있고,회사를 오가는 직원들이 상당수다.회사 관계자는 “정주여건이 나쁘다는 이유로 이탈하는 직원이 많아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도내에서 기업이전 최적지로 각광받고 있는 횡성군의 관계자는 “타 시·도 이전 기업에 의한 고용 창출 효과는 분명하지만 그 중 관내 주민들이 몇 명이나 되는지는 파악하고 있지 않다”며 “보조금 지원 없이 유치된 기업의 경우 관내 채용 인원 규모 등을 조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이어 “보조금이 투입된 업체에 대해서도 주기적인 조사를 하고 있지만 직원 중 관내 주민 비율이 어떤지,관외에서 출퇴근하는 인원은 몇 명인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춘천시의 경우 기업 유치 보조금 지원 이외에도 타 시·도 이전 기업이 관내 산업단지,농공단지에 입주할 경우 세금 면제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산업단지 입주 시 취득세 75%와 재산세 75%를 감면해주고 농공단지 입주 시 취득세 100%,재산세 75%를 감면해준다.세금 면제 혜택을 주며 기업을 유치해 지역 내 고용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다.그러나 본지 취재진이 최근 이전한 4곳의 기업에 확인 결과,“관내 주민 채용 규모를 밝힐 의무는 없다”며 지역 주민 고용 현황을 밝히길 거부했다.

도 관계자는 “유치된 기업에 지역주민이 얼마나 고용됐는지에 대한 현황은 파악하고 있지 않다”며 “새로 만들어지는 일자리가 도민들의 실질적인 고용으로 이어지도록 대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이호·권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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