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항공우주국(NASA)은 최초의 달 착륙선인 아폴로 11호에 탑승할 우주비행사를 선발할 때 채용조건이 ‘실패경험자 우대’였다고 한다.실패라는 위기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을 배제했다.실패라는 쓴맛을 경험한 사람이 우주 비행이라는 불확실하고 위험한 상황에 잘 대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실패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의 오만보다 실패경험자의 겸손과 자기성찰이 우주비행사가 갖춰야 할 최고의 덕목으로 여긴 것이다.미항공우주국은 실패경험자를 실패자로 보지 않았다.

실패경험의 대표적 인물이 스티브 잡스(1955∼2011)다.그는 1976년 애플을 창업했으나 현실성 없는 망상가이자 회사를 도탄에 빠트렸다는 이유로 1985년 쫓겨났다.그 후 넥스트사를 세웠으나 적자에 허덕이다 1996년 애플이 넥스트사를 인수해 2007년부터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만들어 IT혁명을 이끈 인물이 됐다.에디슨(1847∼1931)은 1만 번의 실패 끝에 전구를 발명한후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명언을 남겼다.승패(勝敗)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라는 말이 있다.전투에서 패배할 수 있다며 실패를 용인했다.전투에서 한 번도 패하지 않은 장수는 거의 없다.그러나 현대사회는 경쟁이 너무 치열해 실패를 낙오자로 인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강원도가 5월 강원권 실패박람회를 개최한다.실패사례를 통해 성공방안을 모색하는 방법을 찾겠다는 게 목적이란다.도는 실패노하우를 혁신방안의 동력원으로 삼겠다고 했다.문재인 대통령도 지난24일 “너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실패는 성공을 위한 과정으로 생각하고 실패한 것을 축적해 성공하면 된다”고 말했다.실패 경험을 자산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런 말들이 아직은 공무원의 행정구호로 들린다.우리 사회는 실패를 자산이 아닌 결격사유로 취급한다.직장에서 한 번 찍히면 기회조차 없고,실패하면 인사 불이익 등 책임부터 져야 하는 것이 불편한 진실이다.자영업자의 실패는 신용불량자로 이어져 재기할 수 있는 패자부활전이 막혀 있다.실패를 극복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 갖춰 있지 않다.그래서 강원권 실패박람회가 실패에 대한 지나친 미화로 흐르지 않을까 걱정된다.자칫 희망 고문이 될 수도 있다.그래도 작은 변화가 생겼으면 좋겠다.

권재혁 논설위원 kwonjh@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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