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중범 강원도장애인 종합복지관장
▲ 최중범 강원도장애인 종합복지관장
오는 7월,장애등급제가 폐지된다.기존에는 장애등급제를 통해 의학적 상태에 따라 장애유형별로 부여된 1급에서 6급까지 세분화된 등급들이 장애인복지서비스 제공여부를 결정짓는 절대적 기준이었다.그리고 이러한 제도는 개인의 상황들을 고려하지 않다보니 불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 등 효율성을 이유로 수많은 허점과 부작용을 안은 채 유지되어왔다.

올해 7월부터는 이러한 기존 장애등급제가 폐지되고 장애인 중심의 맞춤형 지원제도가 도입된다.장애 정도가 심한 장애인과 장애의 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으로 구분이 단순화되며 활동지원,보조기기,거주시설,응급안전 등 4개 서비스에 대한 종합조사를 통해 자격을 결정할 계획이고 2020년에는 이동지원,2022년에는 소득,고용지원 서비스로 확대할 예정이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장애등급제 폐지라는 방향성에 대해 적극 찬성하는 분위기다.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새로운 변화에는 환영의 목소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여전히 두 개의 급간으로 구분한다는 점에서 제도의 시행 전부터 반쪽짜리 제도라는 해석부터 또 다른 등급제의 탄생이라는 비아냥도 들려온다.특히 종합조사표에 대한 불만이 거세다.일각에서는 기존 평가표와 별반 다르지 않은 구성인데다 시뮬레이션 결과 시각장애인 등 특정 장애유형의 서비스가 대폭 줄어드는 문제점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또 정부 공약이기도 한 활동지원 24시간 보장의 경우에도 장애등급제 폐지 3차 시범사업에 적용한 결과,최대로 받을 수 있는 활동지원시간이 15시간에 불과했고 시각장애인의 경우에는 9.1시간 줄어드는 결과가 도출됐다고 한다.게다가 식사 조리에 대한 질문이 아닌 시각장애인에게 단순히 식사가 가능한가라는 질문과 언어적 소통이 절실한 청각장애인에게 양치가 가능한가 등의 장애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내용들이 다수 발견됐다며 관련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변화에는 예상치 못한 도전과 시행착오가 불가피하다.오히려 이러한 갈등이 건전한 사회를 만들고 고여서 썩지 않게 만드는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아닐까?또 이번 등급제 폐지가 장애인복지 전반의 풍경을 크게 바꾸어 놓을 것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장애인등급제 폐지와 함께 추진되는 ‘새로운 장애인 맞춤형 전달체계 구축’이 대표적이다.구체적으로 읍면동 맞춤형 복지팀과 장애인복지관,발달장애인지원센터가 협력해 독거 중증장애인 등 취약가구에 대한 찾아가는 상담을 확대하고 이와 더불어 시·군·구에 장애인 전담 민관협의체를 설치해 읍면동에서 해결이 어려운 장애인 가구에 대해서는 지역사회의 민간자원을 연계하고 지속적 사례관리를 실시하는 것이 ‘장애인맞춤형 전달체계 구축’의 주요 골자다.

장애인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쉽게 알고 신청하며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장애특성을 고려한 접근성 높은 복지전달체계가 구축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기대를 갖고 있다.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공염불에 불과할 것이다.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훌륭한 제도 구축을 위해 민관의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소통의 결과물이 만들어지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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