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매거진 OFF] 정월대보름 세시풍속
약밥·오곡밥·견과류·귀밝이술
이웃과 덕담 나누는 민속명절
논·밭두렁에 불을 놓아 태우며
액운 물리친다 믿고 행운 빌어

설날,추석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최대명절로 손꼽히는 ‘정월대보름’(매년 음력 1월15일·올해 2월19일)이 5일 앞으로 다가왔다.정월대보름은 정월에 뜬 보름달을 보며 올 한해 개인적인 소망이 이뤄지길 빌어보고 풍년과 무사태평을 기원하는 행사다.최상수(崔常壽)의 ‘한국의 세시풍속’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년 12개월 동안 세시풍속행사는 모두 189건이다.그 중 정월 한 달이 세배·설빔 등 78건으로서 전체의 절반 가까이 되고,정월 78건 중 대보름날 하루에 관련된 세시풍속 항목은 40여건에 달한다.기해년 새해 정월대보름을 앞두고 우리나라 최대 세시풍속행사 속 먹거리,놀거리를 배워보자.

▲ 다섯가지 곡식을 넣어 지은 ‘오곡밥'
▲ 다섯가지 곡식을 넣어 지은 ‘오곡밥'
▲ ‘나물’
▲ ‘나물’
▲ 부럼
▲ 부럼
#약밥·오곡밥 먹고,부럼깨고,귀밝이 술을 마셔보자

대보름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삼국유사’에서 찾을 수 있다.신라 제21대 비처왕이 까마귀 덕분에 목숨을 구했고,이를 기념해 정월 16일에 찰밥을 지어 까마귀에게 제사를 지냈다는 것이다.민속학자들은 이를 대보름에 먹는 ‘약밥’의 유래로 본다.약밥은 찹쌀과 대추,밤,잣,참기름,꿀,간장 등 여러 재료를 섞어서 찐 음식이다.다만 약밥에 들어가는 대추,밤,잣 등은 당시 서민이 구하기 힘든 재료였다.

약밥을 만들지 못하는 사람들이 선택한 것은 ‘오곡밥’이다.오곡밥은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쌀,조,수수,팥,콩 등 다섯 가지 곡식을 넣어 지은 밥이다.오곡밥은 먹는 데도 전통적인 규칙이 있다.풍년을 기원하고 행운이 깃들기를 바라며 하루에 아홉 번을 나눠서 먹기도 하고 여러 집에서 지은 오곡밥을 모아서 먹기도 했다.

오늘날에는 많은 사람들이 만들기 번거로운 약밥,오곡밥 대신 간편한 ‘부럼깨기’를 대보름 음식으로 즐긴다.부럼깨기는 밤,호두,땅콩 같은 견과류를 깨물면서 건강을 기원하는 풍습이다.부럼깨기는 부스럼을 막아주는 영양소가 많은 견과류를 먹으며 피부병에 걸리지 않기를 기원했고 단단한 견과류를 새벽에 하나씩 깨물면 이가 튼튼해진다고 믿기도 했다.견과류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몸속의 나쁜 콜레스테롤(LDL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좋은 콜레스테롤(HDL 콜레스테롤)을 높여 동맥경화를 예방할 수 있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정월 대보름날 아침에 데우지 않은 청주 한 잔을 마시면 귀가 밝아지고 그해 일년 동안 즐거운 소식을 듣는다고 해 남녀노소 모두가 마셨다고 기록돼 있다.이는 ‘귀밝이술’에 대한 유래를 설명하는 것으로 귀밝이술을 마실 때 어른들은 “귀 밝아라,눈 밝아라”라는 덕담을 한다.평소에는 함께 술자리를 하기 어려웠던 부자지간에도 귀밝이술을 함께 마신다.다만 술을 마시지 못하는 어린아이들은 입술에 술을 묻혀만 주고 마신 것으로 친다.대체로 제주(祭酒)와 귀밝이술로 청주(淸酒)를 쓴다.

윤용선 춘천문화원장은 “농경사회에서 현대사회로 넘어오며 그나마 현대인들이 쉽게 전통 세시풍속을 를 체험해볼 수있는 것이 먹거리”라며 “부럼깨기 등에 담긴 의미를 되새기고 함께 나누며 실천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귀밝이술을 나눠 마시는 사람들
▲ 귀밝이술을 나눠 마시는 사람들
▲ 달집에 소원빌기
▲ 달집에 소원빌기
#쥐불놀이부터 더위팔기까지 숨은 뜻과 재치가 녹아있는 전통놀거리

정월대보름 놀이문화로 가장 유명한 것은 ‘쥐불놀이’다.논이나 밭두렁에 불을 붙이는 정월의 민속놀이로 해가 저물면 마을마다 들로 나가 밭둑이나 논둑의 마른 풀에 일제히 불을 놓아 태우며 1년 내내 병이 없고 재앙을 물리칠 수 있다고 믿었다.쥐불놀이는 쥐와 산돼지 등 들짐승과 병해충 예방이라는 실질적 농사 풍속 외에도 정신적으로 한 해의 시작에 농산물의 성장과 재산 증식을 상징하는 모방주술적 관념을 표현한 셈이다.현대로 오면서 아이들은 깡통의 아래쪽과 옆에 구멍을 뚫고,깡통에 철사로 긴 고리를 만들어 사용하는 방법으로 바뀌었다.쥐불놀이를 하는 장소는 달집태우기 행사를 하는 곳이 주로 이용되는데 화재의 위험이 적은 넓은 들판이나 논밭에서 행해진다.

또 전국적으로 행해지는 대보름날 아침의 속신으로 ‘더위팔기’가 있다.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 따르면 강원 지역에서는 주로 정월 열나흗날 아침에 하며 만난 사람의 이름을 부르거나 적당한 호칭을 해 대답하는 사람이 있으면,“내더위”하고 소리친다.이렇게 함으로써 대답한 사람에게 그해 여름의 더위를 팔아넘기고 대신에 자신은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믿는다.한편 이름을 불린 사람이 미리 알아채고 대답 대신에 더위를 사지 않겠다는 뜻으로 “내더위 맞더위”하고 소리친다.더위팔기는 가족이나 어른들에게는 일반적으로 하지 않으며,친구들 사이에서 주로 이뤄진다.

박순조 원주문화원장은 “마을단위 단체문화에서 개인문화로 바뀌며 지신밟기,달집태우기 등 전통 세시풍속은 단순한 놀이가 아닌 풍년과 소망을 기원하는 뜻이 담긴 문화유산”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전통놀이를 체험해보고 우리나라의 전통과 얼을 잇고 배우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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