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우 수필가·시조시인

▲ 이흥우 수필가·시조시인
▲ 이흥우 수필가·시조시인
아내가 마트에서 무를 사왔다.스마트 폰에 마트관련 애플리케이션을 깔고 사면 500원에 살 수 있는데 1000원씩 주고 두 개를 사왔단다.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는 터라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영수증을 들고 마트 계산대를 찾았다.스마트 폰으로 수정 결제를 하던 직원이 회원가입이 되지 않아서 안 된단다.회원가입을 부탁했다.때마침 고객들이 결제를 대기하고 있어서 할 수가 없으니 직접해오란다.회원가입을 시도했다.우편번호 찾기에서 도로 명 주소로 해도 안 되고 지번주소로 해도 검색이 되지를 않는다.

몇 번을 실패하고는 집에 돌아와서 다시 차근차근 시도를 했다.대여섯 번 재시도 끝에 어렵사리 회원가입이 완료되고 로그인을 할 수가 있었다.다시 마트를 찾아 기어이 1000원을 되돌려 받았다.나름대로 진땀을 흘리고 얻은 1000원이 대견해 몇 번이나 들여다봤다.

정보화시대가 심화되면서 스마트 폰이 생활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통화는 기본이고 물건을 사고파는 일부터 대금 결제까지 제품관리며 각종 예약,금융업무 등 사람이 원하는 웬만한 일들은 다 해결이 가능하다.이런 물리적 사회적 변화에 빠르게 적응을 못하는 세대가 노인들이다.일본의 어느 노인이 늙으면 밥도 못 사먹는다는 푸념을 했다는데 우리도 그렇게 변해가고 있다.인건비 절약을 위해서 업무를 자동화하고 있고 그 작동은 대개가 스마트 폰으로 해가기 때문이다.

수년전 숲,생태해설을 하기 위해 어느 유치원을 방문했다.해설가 몇 명이 교실에서 원장과 해설에 관한 의논을 하고 있는데,유치원 어린이가 문을 열고 들여다보면서 “어,여기는 못쓰게 된 사람들만 있어”하고는 문을 닫아버렸다. 원장이 몹시 당황하면서 우리들에게 죄송하다고 사죄를 했다.우리들은 아이가 그런 걸 뭘 그러느냐면서 그런 정도는 이해를 하는 노인네들이라고 위로한 일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유치원 어린이가 바로 한 말 같았다.현역에서 은퇴한 사람들이니 기계로 단순비유하면 못쓰게 된 게 맞다.힘도 줄고 행동도 둔하니 또한 싱싱한 젊은이에 비하면 못쓰게 된 것이 틀린 말이 아니다.

스마트 폰을 보면서 몇 해 전 그 유치원 어린이가 자꾸만 생각난다.매우 통찰력 있는 말을 무심히도 내뱉었다는 생각이다.물건은 현역에서 물러나면 못쓰게 되어 폐기된다.값비싼 자동차도 폐기되고,애지중지 하던 스마트 폰이며 노트북도 수명이 지나면 가차 없이 폐기되어 버려진다.생물도 살아있어 유용할 때는 보살피다가 소용이 끝나면 버린다.

못쓰게 된 사람을 고쳐 쓰는 방법도 생각해보자.자동차를 고쳐 쓰듯 하지는 못하더라도 노인이 보유하고 있는 기능을 찾아내서 사회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요소가 있으면 활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노인도 사회자산이 되는 길을 모색하자는 것이다.늙으면 아무 정에도 소용되기는 어렵더라도 노인 자신들의 생활을 최소한은 해낼 수 있도록 재교육의 기회가 노인에 맞춤방법으로 주어져야 하지 않겠는가.

빠르게 변해가는 사회에서 극도의 문화실조에 빠져있는 부적응노인대책을 내놓고 진지하게 해결하려는 힘 있는 관계기관의 모습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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